4분기 회사채 만기 15조…美 금리 인하 수혜 대신 ‘초우량등급’ 우려 부상

입력 2024-10-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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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회사채 등급별 만기 규모
올해 4분기(10∼12월) 중 기업들이 갚아야 할 빚(회사채 만기 물량)은 15조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기업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낮아진 조달 비용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지만, 비우량 등급 기업들까지 온기가 퍼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초체력이 떨어진 기업들은 신용등급 추락을 걱정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웃돈(고금리)을 주고 돈을 빌려야 한다. 투자나 인수·합병(M&A)은 뒷전으로 밀리고, 실적까지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4분기 기업들이 차환해야 할 선순위 무보증 사채 만기 물량은 15조580억 원 규모로 지난해 10조5894억 원보다 약 40% 늘었다. 이달 만기액이 8조5405억 원으로 가장 많이 몰려있고, 이어서 11월 3조8423억 원, 12월 2조6752억 원 등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문제는 기관 투자자의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이 빨라질 경우 비우량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관이 회사채를 사주지 않으면,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신용등급별로 보면 ‘AA-’ 이상인 우량등급에 8조2571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그다음으로 ‘A+~A-’ 등급 대는 1조6059억 원 만기가 남아있으며, 이 중 1조3389억 원의 만기가 이달 중 도래한다. 특히 신용등급 ‘A0’ 기업들은 이달에만 7146억 원을 차환해야 한다.

최근 초우량 신용등급을 가진 대기업들이 회사채 조달에 나선점도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엔 부담이다. 기관 자금을 이들이 빨아들이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4분기 공모채 시장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과 같은 삼성그룹 계열사부터 코리안리 등 초우량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금리 부담도 여전하다. 회사채 시장에서 비우량 등급물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낮아서 대부분 연 4~6%대 수준의 높은 금리 레벨에서 발행된다. 비우량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최근 고금리 시장 상황과 맞물려 커지는 배경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양극화의 중심에 있는 ‘A’와 ‘BBB’ 이하 기업들에 우려를 보낸다. 그나마 신용등급 평가라도 받는 곳들은 형편이 낫다.

한계기업들은 공모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대신 사모사채,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에 의존해야 한다. 급전으로 돌려막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2023년 말 기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갚기에도 벅찬 한계기업 비중은 전체 기업의 16.4%였다. 전년보다 상승한 것으로 중소기업이 17.4%로 대기업(12.5%)보다 높았다.

부실이 기업들의 문제로 끝나면 다행이다. 신용 리스크가 현실화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기업 투자는 줄 수밖에 없다. 이는 ‘투자위축→고용 감소→소비위축→실적악화’라는 ‘디레버리징 사이클’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어 나라 경제까지 흔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기업 부채관리와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4분기 한전채 대규모 만기도래, 주거안정화를 위한 LH공사, 주택도시공사 등 공사채 대규모 발행이 초우량채 시장 전반의 약세 압력 작용할 수 있는 데다가, 국고 금리가 기준금리를 크게 밑도는 선반영이 반영되면서 신규 진입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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