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없이 폐기물차 늘렸다고 유죄 선고했지만...대법 "심리 충분치 않아" 파기환송

입력 2024-09-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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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법원이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업주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심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 "형벌법규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6일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벌금 50만 원의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 A 씨가 제기한 상고를 받아들여 대법관 4인 일치 의견으로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 A 씨는 경기 화성시에서 폐기물 중간 재활용업을 운영 중인 사람이다. A 씨 사업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특성상 운반차량을 늘리거나 사업 주요 내용에 변화가 있을 경우 환경부령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A 씨가 2019년 11월부터 12월 사이 관할청의 허가 없이 타인 명의의 운반 차량 3대를 늘려 사업에 이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시작됐다.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고, 2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역시 A씨 항소를 기각하며 유죄를 인용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 씨가 운반 차량을 증차하는 경우, 그 차량이 타인 명의라고 하더라도 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 주체는 폐기물 중간재활용업의 허가를 받은 A 씨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부는 A 씨가 동종 범행으로 이미 1회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의 유죄 결과를 인용하지 않고 파기환송 결정했다. 사실관계를 면밀히 보면 A 씨가 자신의 업무를 위해 타인 명의 차량을 허가 없이 증차한 게 아니라, 또 다른 재활용 사업장을 운영하는 자로부터 별도의 운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것으로 볼 만한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 씨가 또 다른 재활용 업체로부터 나온 폐기물을 운반하는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고, 이 경우에는 ‘관할청 허가 없는 증차’에 해당하지 않아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계약의 실제 내용을 어떻게 볼지에 따라 (A 씨 행동이) 폐기물처리업상 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 중요사항인 ‘운반차량의 증차’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원심은 A 씨나 그 변호인에게 석명을 구해 계약 내용에 관한 주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타 사업장 대표인) B 씨를 증인으로 소환하는 등 A 씨와 B 씨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실제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A 씨가 B 씨에게 지급하기로 한 대금이 어떻게 산정된 건지, 실제 사건 운반 차량을 운전한 게 누구인지 등을 심리함으로써 계약의 실질을 판단할 수 있었음에도 전혀 심리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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