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관리' 덫에…'보호대책' 쏟아내는 은행들

입력 2024-09-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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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13일부터 유주택자 전세대출 중단…추가 대책 내놔
신규분양 예외조건 없애…실수요자 요건 안내
은행마다 실수요자 조건 달라 자세히 따져봐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은행권 자율에 맡기기로 하면서 연일 새로운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계대출 급증세는 막되 실수요자는 배려하라’는 모순적 주문에 은행들이 후속책을 내놓으면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 및 실수요자 인정 요건 안내’를 발표했다. 대출 규제에서 실수요자 예외 조건을 내놓은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신한은행은13일부터 주택 보유자(1주택자)와 신규 분양 주택 관련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실수요자가 아니면 전세대출은 무주택자만 받을 수 있도록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제한 조치는 우리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새로 지어진 주택에 대해서도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갭 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를 막기 위해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했지만, 신규 분양은 예외를 인정해줬다.

사실상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신한·NH농협·하나은행) 중 예외조항 없이 일반 분양 주택을 비롯해 모든 주택에 대해 조건부 전세대출이 가능한 곳은 하나은행뿐이다.

실수요자는 보호했다. 신한은행은 실수요자에 한해서는 1주택자라도 전세자금을 빌려준다. 본인 또는 배우자 보유 주택이 투기·투기과열지구 3억 원 미만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다. 신규 분양 주택 중에서도 실수요자에 해당하는 전세자금 대출은 취급한다.

실수요자 인정 요건은 취업·이직에 따른 직장 이전, 자녀가 타지역 학교로 전학, 질병 치료(1년 이상 치료나 요양이 필요한 경우), 부모 봉양, 이혼 등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안정화될 때까지 이행하는 한시적 조치”라며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실수요자 사례에 대해서는 ‘실수요자 전담팀’을 통해 소비자의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8일부터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기 위한 목적의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전세자금대출도 전 세대원 모두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무주택자에게만 허용한다.

다만, 결혼예정자와 대출신청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에 주택을 일부 또는 전부 상속받은 경우에는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직장변경, 자녀교육, 질병치료, 부모봉양, 이혼이나 분양권·입주권 보유, 분양권 취득의 경우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도 서울·수도권의 1주택 소유 세대 중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와 결혼예정자, 상속에 대해서는 신규구입목적 주담대 예외를 허용한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추가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추가적인 대출 기준 강화와 실수요자 예외 조건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실수요자에 대한 기준이 은행마다 달라, 당분간 차주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1주택자가 기존 집을 처분하고 새집을 사는 경우라면 국민은행에선 대출이 가능하지만, 신한은행은 대출 당일 매도·매수가 이뤄져야 하는 등 허용 범위가 좁다.

우리은행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유주택자 추가 주택 구입자금 취급을 아예 중단한 상태다. 이사시기 불일치 등으로 인한 1주택자의 일시적 소요자금만 허용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수요자 구분 관련 심사 사례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공유 및 보완해 나가 차주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월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두 달 연속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16일 발표한 '2024년 5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은행 대출 연체율은 0.51%로 전월(0.48%)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연체율은 2월 0.51%로 4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3월 분기 말 상·매각으로 하락했다가 4월 반등한 뒤 두 달째 상승세다. 5월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7000억원으로 전월(2조6000억원)대비 1000억원 증가했다.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2조원으로 전월대비 5000억원 증가했다. 이날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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