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尹, 오만과 독선의 발로”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22대 국회가 95일 만인 2일 개원식을 열었다. 역대 가장 늦은 개원식이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불참하면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개원식이 됐다. 여야는 윤 대통령 불참을 두고도 ‘네탓’ 공방을 벌였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22대 국회 개원식 겸 9월 정기국회 개회식을 개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7월 5일 개원식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채상병 특검법’ 처리와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 등으로 여야가 대립하면서 미뤄졌다. 기존 최장 지각이었던 21대 국회(7월 16일)보다도 47일이나 더 늦어졌다.
우 의장은 “오늘 임기 첫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뒤늦은 개원식을 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모처럼 양당 대표회담도 있었고 대통령도 참석했으면 국민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민생 끌어안기 △개헌 △기후특위 설치 등을 제안했다. 그는 특히 개헌과 관련해 “논의만 반복하다 또 제자리에 멈추는 일은 끝내야 한다”며 “여야 정당에 재차 제안한다. 개헌의 폭과 적용 시기는 열어놓되 개헌투표는 늦어도 내후년 지방선거까지는 하자”고 했다. 그는 연금개혁 논의에도 신속히 의견을 모아달라고 여야에 요청했다.
윤 대통령 불참에 대해 대통령실은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나서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거대 야당이 탄핵안을 비롯해 쟁점 법안, 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하는 가운데 참석해 연설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통령은 관례적으로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불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상화해야 할 것은 국회가 아니라 대통령 자신”이라며 “거부권을 밥 먹듯이 행사하면서 사실상 상시적으로 국회 의결 요건을 과반이 아니라 3분의 2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국민과는 담을 쌓고 오직 자신의 갈 길을 가겠다는 오만과 독선의 발로”라며 “거부왕 대통령의 국민 거부, 국회 거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개원식 직후 긴급 규탄대회를 열어 윤 대통령의 불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선 대통령의 불참을 옹호하는 말이 나왔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과연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할 수 있는가’라고 하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탄핵 시위에서 김용민 의원은 ‘조기 자진사퇴 하라’는 주장들을 했고, 전현희 최고위원은 ‘김건희 살인마’를 다짜고짜 외치기도 했다”며 “이런 국회가 과연 존중받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우여곡절 끝에 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여야 대립은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3.2% 늘어나 총 677조 원 규모로 책정됐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삭감이 필요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금융투자세 폐지, 상속세 세율 인하 등 ‘부자 감세’로 세입 기반이 훼손됐다며 예산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추진하는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순직 은폐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방송 장악, '동해 유전개발 의혹 등을 대상으로 하는 ‘2특검·4국조’도 여야 대치 정국의 뇌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