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억 원 대출심사 부실…269억 원 부실·연체 발생
잇따른 금융사고에 우리은행 충격…"내부통제시스템 개편했는데"
#우리은행은 A법인에 부동산 매입자금대출(1차대출)과 해당 부동산 리모델링공사자금 대출(2차대출)을 연달아 취급했다. 이 과정에서 1차대출 실행 후 차주가 제출한 부동산 등기부등본 상 해당 부동산 실거래가(20억 원)가 차주가 대출신청 시 제출한 매매계약서 상 매매가격(30억 원)에 미달했다. 우리은행은 사실 확인 없이 2차대출을 내줬다.
우리은행이 최근 100억 원대 횡령 사고에 이어 전임 회장과 연관된 부정대출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또 다시 악재에 휘말렸다. 4년간 무려 616억 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도 크다. 이중 절반이 넘는 350억 원 가량이 부정 대출로 실행됐다.
특히 지난해 7월 내부통제시스템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지만 최근 1월까지 관련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적발되면서 은행 내부도 충격에 휩싸인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재점검할 방침이지만 연달아 터진 금융사고에 불똥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11일 발표한 ‘우리은행 대출취급 적정성 관련 수시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년 9개월 동안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들이 전·현직 대표로 있거나 대주주로 등재된 법인 및 개인사업자에 23차례 걸쳐 454억 원을 대출했다. 이 중 350억 원(28건)이 대출 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 및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정하게 이뤄졌다.
해당 대출들은 허위로 조작된 문서를 바탕으로 실행되거나 담보 가치가 없는 담보물을 근거로 실행됐다. 조직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최고경영자(CEO)의 친인척들은 특혜성으로 ‘프리패스 대출’을 해준 셈이다. 실제 금감원은 B법인의 경우 30억 원 규모의 ‘거래처 대금지급 목적’ 대출 관련, 용도외유용 점검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차주가 해당 대금의 지급증빙으로 비정상 전자(세금)계산서를 제출했음에도 우리은행이 추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돈을 내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대출이 대규모 부실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 지난달 19일 기준으로 전체건 중 19건(잔액 269억 원)에서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이다.
우리은행의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2022년 750억 원가량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올해 100억 원 횡령사고가 터진 데 이어 600억 원 대 특혜성 대출 적발됐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내부통제 강화를 외쳤지만, 연이은 사고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9일 기준 대출잔액은 총 303억 원(16개 업체, 25건)이라고 밝혔다. 또 단기연체 및 부실 대출 규모는 198억 원(11개 업체, 17건)으로 담보가용가 등 감안 시 실제 손실예상액은 82억~158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했다.
손 회장 일가의 부당대출 대부분도 2020년 4월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취급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 1월까지 취급된 여신은 기존 거래업체에 대한 추가(담보부)여신이라고 부연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9일 부실대출을 받아간 손 회장의 일가 친인척과 면직 처리한 A본부장을 고소했다. 금감원 검사 대응 과정에서 파악된 사실에 따라 부실 여신을 받기 위해 허위 서류를 꾸민 이들을 사문서 위조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최초 대출 취급시 해당 친인척이 전·현 대표 또는 대주주로 등재된 업체는 10개였다”면서 “이 외 업체는 대출취급 후 사후 점검과정에서 원리금 대납 및 자금거래 등이 밝혀진 경우”이라고 밝혔다. 손 전 회장과 관련 기업의 관계를 대출 취급 전 파악하기가 불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부적절한 대출 취급행위가 있었던 데 대해 반성한다”면서 “자체검사에서 손 전 회장이 대출 과정에 관여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직위에 상관없이 임직원들이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 내부제보를 할 수 있도록 업무처리절차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잇따른 금융사고에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책무구조가 제재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책무구조도는 지배구조법상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것으로 금융지주, 은행은 내년 1월 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