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정부 통신 정책…단통법 폐지로 체면치레 하나

입력 2024-06-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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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 추진 1년, 성과 글쎄
제4이통 진입 무산·알뜰폰 신규 가입자↓ 위기론 커져
"정책 추진 엇박자" · "알뜰폰 정책 왜곡"

▲3월 15일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통신 시장 경쟁촉진 정책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제4이통사 진입은 무산됐고,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전환지원금은 이렇다 할 효과 없이 이통3사만 덕을 본 가운데, 야당에서 돌연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를 내세우면서 단통법 폐지만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단통법 폐지 법안을 곧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정부 추진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줄곧 회의적이었던 까닭에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4일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법안을 이어받아 재발의한 바 있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 구매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책정하지 못하도록 막은 법이다. 통신비 부담 완화와 함께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 중 하나였다.

지난해 7월 과기정통부는 통신시장 독과점 구조를 개선한다며 △신규통신사업자(제4이통) 진입 지원 △알뜰폰 사업자의 성장 지원 △요금제 선택권 확대를 골자로 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내놓았다. 1년이 가까이 지난 지금, 2만 원대 5G 요금제 출시 등 이통3사 요금제가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신규 사업자 진입은 스테이지엑스의 자본금 부족 및 주주구성 문제로 무산됐다. 아직 청문 절차가 남았고 스테이지엑스 측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취소 결정이 뒤집히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알뜰폰 사업자 사이에서는 위기론이 거세다. 알뜰폰 신규 가입자 증가수는 올해 1월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 가입자는 1만4451명 늘어났다. 올해 1월 7만8060명과 비교하면 81.5% 감소했다. 반면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번호 이동은 같은 기간 4만2272명에서 5만9276명으로 증가했다.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는 그간 추진된 정책이 '엇박자'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은행권의 알뜰폰 진출을 허용하면서 오히려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고, 가계통신비를 낮추겠다며 총선 직전 도입된 전환지원금은 오히려 이통3사만 덕을 봤다. 여기에 제4이통 신규사업자까지 추진하며 모순을 키웠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제4 이통사 출범은 정부가 알뜰폰만 죽이는 결과를 초래해 정부가 강조한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배치되고 정책혼란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의 이율배반적 정책 추진으로 인해 정책 간 충돌,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종합적인 연구반을 가동해 제4이통을 비롯해 통신 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내년부터 이뤄지는 도매대가 개별협상 제도도 우려하고 있다.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 결과로, 지난해 이통사의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상설화됐지만, 내년 2분기부터 알뜰폰 사업자는 개별협상을 통해 도매대가를 정해야 한다. 협상력이 낮은 중소사업자로서는 이통사가 내미는 도매대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알뜰폰 업계는 알뜰폰 망 도매대가 가격 산정을 과기정통부 장관 고시로 사전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개별협상이 진행될 경우 업계 고사까지 우려하고 있다. 김형진 한국알뜰폰사업자협회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 "알뜰폰 정책이 계속 왜곡된다면 내년 2월 정기 이사회를 거쳐 회장직에서 사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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