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점 뚫은 코스피…‘반도체 쏠림’에 불안한 2800 낙관론

입력 2024-06-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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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종, 증시 전체 시총 비중 29%…미 증시·테크 조정오면 국내도 타격

▲19일 코스피는 장중가 2798.55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2790대로 올라서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2800 돌파도 눈앞에 두며 저평가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업종 쏠림 현상이 짙어지면서 ‘불안한 상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정 종목이나 그룹주로의 비중이 쏠리게 되면, 이들 종목의 주가에 따라 증시 전체가 출렁일 수 있어서다. 반도체 업종이 국내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30%에 근접했다.

과거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 ‘삼스피’(삼성전자+코스피)로 불렸고, 2018년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3개 종목의 코스닥 내 시총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셀스닥’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이차전지 쏠림 현상이 해소되면서 코스닥지수가 750을 밑돌며 수직낙하한 바 있다.

전고점 뚫었다…2년 반 만에 가장 높아

1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1% 오른 2797.33에 마감했다. 2800은 터치하지 못했지만, 장중가 2799.32까지 오르며 3월 연고점(2779.40)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22년 1월 24일(종가 2792)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다.

국내 증시에 몰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지수를 들어 올리고 있다. 외인은 6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3조9400억 원을 순매수 중이다. 지난달 약 1조1800억 원을 순매도했던 데서 투자 패턴이 달라진 모습이다. 외인은 올해 1월 3조5731억 순매수, 2월 8조264억 순매수 3월 4조3086억 순매수, 4월 3조4311억 순매수하며 순매수 기조를 이어오다 5월 순매도로 전환한 바 있다.

외인이 사들인 종목들은 돌아가며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장 중 24만3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또 경신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이날 장 중 각각 29만2500원, 13만5000원까지 상승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크래프톤도 이날 장 중 신고가를 경신했고, 한화시스템은 전날 신고가를 새로 썼다.

외인이 이달 들어 장바구니에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삼성전자(2조816억 원)다. 이어 SK하이닉스(1조3695억 원), 기아(3287억 원), 현대차(2160억 원), HD현대일렉트릭(1921억 원), 크래프톤(1151억 원), 한화시스템(960억 원) 순으로 많이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외인의 ‘바이 코리아’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곳이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부터 외국인 순매수와 코스피 방향성 간 상관계수는 83%로, 외인은 지수 성과를 결정짓는 수급 주체”라며 “국내 주식시장의 외인 수급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계, 영국계 자금 패턴을 고려했을 때 추가 자금 유입 여력은 남았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시총 비중 29%…미 증시 조정 오면 타격

국내 증시의 반도체 업종 쏠림 현상은 불안요인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증시 반도체 업종의 증시 전체 대비 시총 비중은 29% 수준이다. 2020년 3월 29.7%의 기록에 다가서고 있다. 반면, 이익비중은 아직 24.7% 수준으로 이익비중에 비해 시총 증가가 더 빠르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코스피 시총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총만 655조 원에 달한다. 코스피 전체 시총의 28.7%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글로벌 반도체 업종에 조정이 올 경우 국내 증시에 미치는 타격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연초 이후 약 1.7%(18일 기준)의 상승률에 그쳤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반도체 업종 내 다른 종목들은 충분히 글로벌 반도체 강세를 반영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지수가 약 4.1% 상승하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기여도는 3.3%p인 것으로 계산된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증시에서 과열 논란이나 가격 부담에 따른 조정이 발생할 경우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를 제외 반도체 업종의 시총 비중은 이익비중을 더 크게 상회하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증시 측면에서는 미국 증시와 빅테크를 중심으로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 S&P500의 동일가중 지수와 시총 지수를 비교하면 2분기 들어 다시 동일가중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미국에서는 TSMC 상장주식예탁증서(ADR)가 대만 본토보다 더 인기를 끌며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TSMC의 미국 ADR과 대만 증시 상장 원주 간의 가격 차이는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그만큼 미국증시와 빅테크주가 조정을 받을 경우, 국내 증시에 미칠 파급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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