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봉제 폐지”…현대차, 연구·일반직 임금체계 개편 재추진

입력 2024-06-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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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일반직 임금체계 성과 보상으로 개편 시도
기본급 호봉 테이블 폐지하고 '전문역량급제' 도입
노조는 "임금 안정성 저하" 주장하며 반발

▲현대차 양재 본사.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연구직과 일반직의 임금체계 개편을 다시 추진한다.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노조 측은 재직자들이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임금 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는 최근 연구직과 일반직 사원·대리급의 호봉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사측은 최근 직원들에게 사내 메일을 통해 ‘연구·일반직 임금체계 개편안’에 대한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현대차의 연구·일반직 가운데 과장급 이상은 성과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사원·대리급은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호봉제를 폐지하고 기본급에 기반한 ‘전문역량급제’를 도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우선 기본급에 대해서는 기존 적용하던 호봉 테이블을 없앤다. 여기에 PB(Performance Benefitㆍ성과수당)와 PI(Performance Incentiveㆍ성과격려금)로 구성된 전문역량급이란 항목을 신설한다.

현대차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더한 값의 15%를 ‘연장근로개선수당’이란 명목으로 연구·일반직에 지급해왔다. 이를 전문역량급이란 명칭으로 바꾸고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PB는 연구·일반직 전원에 공통 적용되지만, PI는 개인 직무 성과를 반영해 차등 지급한다. 직원 동기 부여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노조 측은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재직자들이 무한경쟁으로 내몰릴 뿐만 아니라 임금 책정의 기준이 되는 고과평가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호봉 테이블을 폐지하면 초임 임금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재직자의 임금이 신입 사원과 비교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게 반대의 이유다.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지난달 23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4년 임금협상 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해당 개편안은 현재 진행 중인 임금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17일 노사 간 논의하지도 않은 내용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직원들에게 안내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사측이 직원들에 보낸 임금 체계 개편안 관련 안내 메일을 전량 회수했다.

현대차의 호봉제 폐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 노사는 2022년부터 연구직 임금 체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노사 간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그보다 앞선 2015년에도 현대차는 호봉제 폐지를 시도했으나 노조의 반발에 무산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개별 안건에 관한 확인은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의 올해 임금 협상은 진통을 겪고 있다. 노조 측은 13일 열린 8차 교섭에서 회사가 제시한 임금 협상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24일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찬반 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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