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사람 줄일만큼 줄였다…이제는 존폐기로” [종합]

입력 2024-06-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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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15년 가까이 서울 강남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한 50대 점주 강모 씨는 아침에 나와 14~15시간씩 일주일 내내 근무하는 생활을 1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매출이 오르는 속도보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을 최소한으로 줄였지만, 이제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주변에선 ‘폐업’ 얘기가 빈번하게 나오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1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인하(64.9%)하거나 동결(33.6%)해야 한다는 응답이 98.5%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고만고만한데 인건비는 크게 상승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이 어느 때보다 높아서다.

소상공인 사업체 월평균 매출액은 2022년 1190만3000원, 2023년 1232만5000원, 2024년 1223만6000원으로 연평균 성장률(CAGR)은 0.9%에 그쳤다. 월평균 영업이익은 2022년 265만6000원, 2023년 282만3000원, 2024년 273만2000원으로 연평균 성장률(CAGR)은 0.9%에 머물렀다.

반면 평균 인건비는 2022년 276만9000원, 2023년 292만7000원, 2024년은 295만5000원으로 연평균 2.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매출 및 영업이익 상승률보다 임금 상승률이 2.44배 높게 나타난 것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고물가다 뭐다 해서 매출은 크게 오르지 않는데 소상공인 현실은 생각도 않고 관성적으로 최저임금만 무조건 올리는 건 대한민국에서 아무도 장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높은 임금 상승률은 소상공인 사업장의 고용에도 악영향을 줬다. 평균 근로자 수는 2022년 2.2명에서 2024년 2.1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2025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대책에 대해 신규채용축소(59.0%), 기존 인력 감원(47.4%), 기존인력의 근로시간 단축(42.3%) 등 고용 감축 관련 응답이 높았다.

사업종료(12%), 영업시간 단축(9.7%), 제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7.3%) 등이 뒤를 이었다. 음식·숙박업은 사업종료를 꼽은 비율이 25.2%로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편의점 점주 강 씨는 “고용을 줄이고 점주나 가족들이 나와서 일을 하니 이미 고용 환경은 악화했고, 점주들이 근무하는 것도 한계에 달해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임금을 올리지 말자는 게 아니라 업종별로 차등을 두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이 자리를 지켜야 하지만 간단한 일은 합리적으로 임금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시장논리에 따라 어려운 일은 당연히 돈을 많이 줘야 사람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소상공인연합회)

소공연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1000명 중 878명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조했다. 현 최저임금(9860원)에 대한 지불능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체인화 편의점ㆍ슈퍼마켓과 PC방은 지불능력과 관련해 ‘최저임금 부담이 (매우) 크다’는 응답이 각각 91.6%와 90%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았다. 최저임금 결정 수준에 대해서도 이·미용실(73.7%), 체인화 편의점·슈퍼마켓(73.5%), PC방(72%), 커피숍(68%) 순으로 최저임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노동생산성 대비 최저임금이 높다고 인식하는 소상공인은 56.8%로 나타났다. 커피숍(68.9%), 이·미용실(66.7%), 체인화 편의점·슈퍼마켓(65%) 순으로 노동생산성 대비 최저임금이 높다고 답한 비중이 컸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의 전체 응답자 중 44.3%가 주 15시간 미만 근무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시간 미만으로 고용하는 이유로는 인건비 지급 부담이 58.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주휴수당이 고용시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현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더해 20%의 주휴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유기준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은 “소비심리 위축, 인건비 증가, 원자재비 상승 등으로 소상공인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데다, 펜데믹 때 큰 폭으로 증가한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률이 급증한 상태”라며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져야 하며,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반영해 차등적용도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노베이션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6일부터 31일까지 업종별·지역별 비례추출 방식으로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1000개를 선정, 방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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