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리자 손 내민 푸틴…“한국과 관계 회복 준비됐다”

입력 2024-06-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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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에 무기 공급 안 해 감사”
군사 협력 북한과 밀착 관계 재확인
미국ㆍ서방ㆍ일본엔 강경 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타스 통신이 주최하는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후 세계 언론사와 인터뷰한 것은 이례적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 일본 대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관계 회복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 주목된다. 2022년 2월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로 장기화하면서 대내외 압박이 가중되자 콧대 높은 푸틴이 한국에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타스통신 주최로 열린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의 기자회견에서 ‘한·러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일을 할 때 어떠한 러시아 혐오적 태도를 보지 못했다”면서 “분쟁 지역(우크라이나)에 어떠한 무기 공급도 없다.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 “불행히도 현재 무역과 경제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지난 수십 년간 달성한 관계를 복원하길 바란다. 협력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푸틴이 2022년 10월 발다이클럽 연설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우리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 온도 차가 크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인 선교사를 간첩 혐의로 구금하며 볼쇼이 발레단의 한국 공연까지 취소되는 등 양국 관계가 냉각돼 온 가운데 지난달 집권 5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이 직접 유화적 손길을 내민 것이다.

이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서방 상당수 국가와 갈등을 빚으면서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한반도 쪽까지 틀어지고 싶지 않기를 원하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좋아하든 말든 우리의 이웃인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며 밀착 관계를 분명히 했다.

반면 일본과 서구권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일본에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일본이 개입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일본과의 대화는 일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미국·유럽 등 서방측에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제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 깊숙이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의 타격 거리 내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핵무기 사용을 불사한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푸틴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방은 러시아가 결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2020년 발표한 ‘핵 독트린’에는 주권과 영토 보존을 위협한다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것을 가볍게 피상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 충돌할 경우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 푸틴은 “러시아를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이로 인해 자신들만 손해 볼 것을 알지 않는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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