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러시아 하원, 이란ㆍEAEU FTA 비준...경제로 번지는 신냉전

입력 2024-06-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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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원국들도 비준 절차, 조만간 발효 전망
교역품 88% 이상 무관세, 서방 제재 무뎌질 듯
美국무부 고위관계자, 본지에 추가 제재 가능성 시사

이란과 구소련권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임박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EAEU와 이란이 협력을 강화하면서 서방과의 신냉전이 지정학을 넘어 경제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3일 이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본지의 문의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적으로 고립되면서 러시아와 이란 사이 군사·경제적 협력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이는 전 세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FTA 발효 시 이란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 질문에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가능성을 시사했다. 관계자는 “러시아의 대이란 활동에 대응해 양국 간 무기 거래를 적발하거나 이들에게 추가 제재를 가하는 등 다양한 조치가 진행되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린 국가들이 비밀리에 러시아 군수품을 지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러시아 두마(하원)는 이란과 EAEU 간 FTA를 비준했다. 러시아 정부가 비준을 서두르겠다고 공표한 지 한 달 만이다.

다른 EAEU 회원국들도 비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이란·러시아 상공회의소는 두 달 안에 회원국들의 비준이 마무리돼 FTA가 발효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FTA에는 광물 자원 처리를 비롯해 에너지, 교육, 의학, 운송·통신 인프라 등 광범위한 분야가 포함됐다. 전체 교역 물품의 88% 이상이 무관세로 거래될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화상으로 열린 전국 각지 대가족과의 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특히 이란과 러시아가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 서방의 제재 효과가 무뎌질 수 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은 핵 협상 중단 등으로 인해 제재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공식적인 무역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 주재 이란 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대러 수출은 20억 달러(약 2조7500억 원)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상당한 증가를 기록했다. 차량과 비금속 광물, 화학제품이 주로 거래됐다.

EAEU는 2015년 1월 출범한 블록으로, 러시아,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 회원국으로 있다. EAEU는 유라시아 경제 활성화가 주된 목적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 핵 위협 등 지정학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서방의 대척점에 서는 모양새다.

이는 지난주 EAEU 창설 10주년을 맞아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로시야24와 한 인터뷰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서방 정책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대부분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이러한 위협은 전통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유라시아 지역 모든 국가에 현실이고, 홀로 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국제국방안보센터(ICDS)의 안드레아 켄달-테일러 선임 연구원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 이란, 북한과의 관계를 두 배로 강화하고 러시아를 새로운 축의 핵심으로 만들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를 유지하기 위해 이들 국가가 제공하는 무역과 무기, 상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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