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IMF 구제금융 200조 원 시대...전문가 평가는 엇갈려

입력 2024-03-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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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월 신용 잔액 202조 원 달해
양허성 차관 증가, 프런티어 국가에 폐쇄적인 시장 등 주요인
인플레와 GDP 증가세 고려하면 부채 줄었다는 시각도

▲왼쪽부터 리카르도 하우스만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 우고 파니차 제네바국제대학원 국제경제학 교수, 마크 소벨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 미국 의장. 출처 각 기관 홈페이지
국제통화기금(IMF)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에 제공한 구제금융 잔액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나고 곳곳에서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개발도상국과 빈곤국은 여전히 부채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다만 현 상황을 놓고 전문가들은 다소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3일 본지는 리카르도 하우스만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 우고 파니차 제네바국제대학원 국제경제학 교수, 미국 재무부 부차관보 출신 마크 소벨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 미국 의장으로부터 구제금융 200조 원 시대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IMF가 공개한 부채 통계를 분석한 결과 1월 신용 잔액은 약 1509억 달러(SDR 1일 고시 기준, 1SDR=1.326650달러)로 집계됐다. 원화로는 약 202조 원 수준이다. 2022년 사상 최고치(199조9300억 원)를 기록했던 잔액은 지난해 한풀 꺾였다가 새해 들어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우스만 교수는 “한 가지 요인으로는 ‘빈곤감축성장지원기금(PRGT)’의 성장이 있다”며 “PRGT가 양허성 차관이기 때문에 국가들은 이것을 가능한 한 많이 보유하려고 한다”고 짚었다. 양허성 차관은 주로 선진국이 개도국에 제공하는 차관으로, 일반 융자와 달리 채무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조달된다.

하우스만 교수는 “둘째로는 소위 프런티어 국가들에 주요 자금 시장들이 막혀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국가들이 롤오버(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IMF를 통해)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프런티어 국가는 개도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고 개발이 더딘 국가들로, 이들을 위한 대출 창구가 부족하다는 점은 예전부터 지적돼 온 사실이다. 하우스만 교수는 스리랑카와 케냐, 나이지리아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나아가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와 같이 대규모 부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국가들이 또 다른 요인”이라며 “아르헨티나는 홀로 약 600억 달러의 부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파니차 교수 역시 PRGT의 성장을 부채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PRGT나 회복지속가능성기금(RST)은 대부분 아프리카의 매우 가난한 국가를 위한 양허성 차관으로, 거의 무료이기 때문에 국가들이 최대한 많이 대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IMF의 해당 지표는 명목 값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지난해 데이터를 고려하면 세계 인플레이션율이 4% 가까이 오르는 동안 차입은 3% 미만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국내총생산(GDP)도 약 5% 증가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대출은 감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벨 의장은 IMF 대출에 안정적인 재정 환경을 가진 국가들도 포함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개도국과 저소득국에 대한 대출은 증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이집트가 그렇다”면서도 “그러나 브라질, 멕시코, 인도 등과 같이 경제적으로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재무적으로 건전한 신흥국들도 여기에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연한 신용 한도가 높은 국가들의 예방적 차원의 대출이 함께 포함된 것이라며 “이들 수치를 제외하면 실제 IMF 대출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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