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주도 ‘성장호르몬제’ 시장, 화이자 안착 성공할까

입력 2024-05-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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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약 주기 늘려 복약 순응도 확보…급여 적용도 본격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화이자의 ‘엔젤라’, LG화학의 ‘유트로핀’, 동아ST의 ‘그로트로핀’, 노보노디스크의 ‘소그로야’. (사진제공=각 사)

화이자가 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은 과거 1990년대부터 오랜 기간 입지를 다진 국산 제품들이 지배하고 있다. 어린이가 투약 대상인 의약품인 만큼,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화이자의 성장호르몬제 ‘엔젤라(성분명 소마트로곤)’와 국내 제품들의 경쟁이 본격화했다. 엔젤라는 화이자와 미국 옵코헬스가 공동 개발한 신약으로, 국내에서는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뒤 9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아 출시됐다.

성장호르몬제는 소아 성장호르몬결핍증(GHD) 치료제로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GHD는 뇌하수체 전엽에서 성장호르몬인 ‘소마트로핀’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키 성장이 느리고 뼈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소아 환자는 조기에 치료제를 투약하면 성인기에 건강인과 같은 평균 신장에 도달할 수 있다.

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은 한국 기업들이 오랜 기간 점유해 왔다. LG화학 ‘유트로핀(성분명 소마트로핀)’과 동아ST ‘그로트로핀(성분명 소마트로핀)’이 각각 1993년, 1995년 출시돼 30년 이상 사용되고 있다. 화이자 역시 엔젤라에 앞서 ‘지노트로핀(성분명 소마트로핀)’을 개발해 2005년부터 국내에 판매 중이다.

동아ST는 의료기관 방문 없이 가정에서 자가주사가 가능한 ‘그로트로핀-Ⅱ 주사액 아이펜’을, LG화학은 ‘유트로핀에스펜’을 각각 출시해 선택 폭을 넓혔다. 또한, LG화학은 투약 주기를 주 1회로 늘린 ‘유트로핀플러스’도 출시해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성사시킨 바 있다. 다만, 해당 제품은 지난해 생산 및 공급을 중단했다.

이 밖에도 노보 노디스크가 올해 3월 성장호르몬제 ‘소그로야프리필드펜’(성분명 소마파시탄)에 대한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 신청 절차가 남아있어 아직 출시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국내외 기업들의 각축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투약 순응도가 경쟁력 확보의 관건으로 꼽힌다. 매일 주사하는 투약 방식이 소아 환자와 보호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트로핀플러스 생산 및 공급이 중단됐을 당시 환자 보호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투약 순응도 측면에서는 해외 기업들의 제품이 유리한 위치다. 유트로핀, 그로트로핀, 지노트로핀 등 기존 제품들은 매일 1회 주사해야 하는 반면, 최근 개발된 소그로야와 엔젤라는 주 1회 주사하는 방식으로, 투약 주기가 더 길다.

다만, 소아를 대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인 만큼 새로운 약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이 높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환자의 보호자들은 오랜 기간 다수의 환자에게 사용돼 안전성이 입증된 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어린 자녀에게 지속적으로 투약하는 주사이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실제로 투약 편의성을 개선한 새로운 의약품이 나와도 환자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약을 관성적으로 찾는 경향이 강해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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