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본지가 올해 정기주주총회 공시를 분석한 결과 주주제안으로 올라간 안건 99건 중 가결된 안건은 23건이었다. 10건 중 8 건은 표 대결에서 패배한 셈이다.
23건 중 사내·사외이사 선임의 건이 15건으로 가장많았다. 지금껏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건이 고작이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JB금융지주 주총에서 이희승·김기석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목표를 달성했다. 이로써 JB금융 이사회 구성원 11명 중 2명이 얼라인파트너스운용 추천 인사로 채워졌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성공은 앞서 JB금융이 소수 주주권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덕분이다. 주주당 1표가 아니라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갖는 제도다. 얼라인파트너스는 14.04%의 지분을 보유, 삼양사(14.61%)에 이은 2대 주주다.
트러스트자산운용도 태광산업 주총에서 추천한 김우진·안효성(이상 사외이사), 정안식(사내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태광산업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를 선임한 건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사내·사외이사 선임의 건 다음으로는 감사 선임이 5건으로 많았다. 감사 보수 한도와 결산 및 배당 관련 안건도 각각 2건, 1건 등이었다.
이들 제외한 다른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행동은 사실상 실패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개인 1대 주주(8.87%)인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와 손을 잡고 금호석화의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등의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지난 22일 주총에 올렸지만 전부 부결됐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지난 28일 KT&G 주총에서 1대 주주인 IBK기업은행(7.11%)과 손잡고 방경만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3대 주주인 국민연금(6.64%)이 방 후보 찬성으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지난 15일 열렸던 삼성물산 주총에서는 영국계 시티오브런던, 한국의 안다 등 5개 자산운용사가 주주연대를 결성하고 현금 배당안 확대 등을 요구했지만, 모조리 기각당했다.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행동은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 할 수 있다. 올해 한 해로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가 사측에 ‘소액주주의 목소리’란 중요한 신호를 보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경영진에게 (주주의) 문제의식과 불만을 전달한 만큼 사측도 예전처럼 무시만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행동이 국내 주식시장의 메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방어권에 대한 고민도 남겼다.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지배주주 견제와 감시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균형 있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