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에 물가 자극, 미국 금리인하 지연 사태 더 걱정
글로벌 증시가 중동지역 긴장 고조 여파에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년 만에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다. 환율 불안과 유가 급등, 물가 상승, 미국의 피벗(Pivot·긴축 정책 전환) 지연 등이 글로벌 경기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한층 강해졌다.
15일 코스피 지수는 중동지역 긴장 고조 여파에 장 시작 직후 2650대로 밀려났다. 이후 낙폭을 소폭 줄이며 2670.43포인트에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전장 대비 0.74% 하락했고, 홍콩항셍지수 0.70%, 대만 가권지수 -1.38%, 호주 ASX 200지수 -0.46% 등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중동지역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한때 온스당 24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금 가격 2400달러 돌파는 사상 처음이다. 안전자산인 달러도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8.6원 오른 1384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2년 11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원화가치 약세는 역사적으로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이란의 확실한 보복 예고와 미국의 공습 가능성 경고 등으로 시장이 대부분 지정학적 리스크를 선반영하면서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중동 리스크 확산 여부다. 중동 산유국들의 전쟁 개입으로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 러-우 전쟁 때보다 국제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 클 수 있다. 전 세계 원유(약 13%), LNG(약 30%) 수송의 핵심 루트인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될 경우 원유가격은 130~150달러까지도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1년 말 이란은 석유 수출 제재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로 위협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유가의 단기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후티 반군과 같이 무분별한 봉쇄 조치 발표시 120달러 이상의 유가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전쟁보다 더 공포스러운 건 중동 이슈가 물가에 큰 충격을 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경로가 더 보수적으로 변하는 경우다. 미국은 경제 정상화를 위해 가파르게 올린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물가 안정화가 쉽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시기를 늦추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하 경로가 보수적으로 변하는 경우 작년 10월의 코스피 저점이었던 주가순자산비율(PBR) 0.87배를 적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PBR 0.87배는 2400포인트대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란과 미국의 초기 행동과 미국이 대선 연도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5차 중동 전쟁으로의 확산 가능성은 낮다는 게 현재까지 중론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관련 데이터와 정황을 종합해보면, 위험관리가 필요한 시기이긴 해도 과도한 불안감을 가지고 주식 포지션을 중립 이하로 줄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러-우 사태처럼 주식시장이 감당 가능한 영역을 벗어난 악재는 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