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황제들…“실적없는 액면분할 등은 모래성”

입력 2024-03-0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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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100만원 넘는 황제주 실종
LG생건·엔씨·삼바 등 한 때 품절주 대접
황제주 명성 되찾으려면 주주환원·실적 뒷받침돼야

▲코스피가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공개된 26일 2640대로 후퇴한 채 장을 마쳤다.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0.62포인트(0.77%) 내린 2647.08을 나타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한때 부러움의 대상이던 ‘황제주(주당 100만 원)’들의 주가가 실적부진의 무게에 짓눌려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가가 싸 보이는 액면분할의 마법 등을 쓰는 곳도 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국내 증시에서 주당 100만 원을 넘는 황제주는 단 한 종목도 없다. 3년여 전만 해도 LG생활건강, 엔씨소프트,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태광산업 등이 황제주 자리를 유지하면서 ‘품절주’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온 고금리·고물가의 여파와 업황 부진 등이 겹치면서 과거 주가의 고점을 회복할 만한 실적 성장도 이뤄내지 못하면서 국내 증시의 황제주 명맥은 끊겼다.

액면분할로 ‘황제주’의 타이틀을 벗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 오뚜기, 롯데제과, 롯데칠성,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등이 한때 황제주에 올랐지만, 주당 가격을 낮추는 액면분할을 통해 스스로 황제주 대신 국민주를 선택했다. 주식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액면가를 낮춰 투자 기회를 늘리는 것이 기업가치나 브랜드 제고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황제주에 올랐던 에코프로도 액면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유통 주식수 확대를 위해 1주당 가액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한다. 주식분할 안건은 28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4월 25일이다. 분할 후 발행주식총수는 기존 2662만7668주에서 1억3313만8340주로 늘어난다.

에코프로는 배터리 산업의 고성장 모멘텀을 얻어 지난해 7월 153만9000원까지 주가가 상승했지만 최근 주가가 조정을 겪으면서 지난달 29일 기준 61만 원대로 떨어졌다. 에코프로의 액면분할은 부진한 주가를 끌어 올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통상 액면분할이 진행되면 주당 가격이 낮아져 소액 투자자의 접근성이 좋아진다. 에코프로 측은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상장도 추진하기로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황제주’들이 옛 명성을 되찾으려면 주주환원이나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액면분할 외 황제주에서 내려온 종목은 대체로 현재 주가 흐름도 좋지 못하다. 보통 실적이 정체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인기 게임 ‘리니지’ 시리즈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던 게임주 엔씨소프트는 2021년 2월 104만8000원까지 주가가 올랐지만, 현재는 5분의 1토막이 난 19만 원대다. 엔씨의 작년 매출은 1조7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8% 줄었고, 영업이익은 13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5.4% 급감했다.

LG생활건강도 한때 중국 내 강력한 화장품 시장 영향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을 인정받아 주가가 2021년 7월 178만4000원까지 상승했지만, 현재는 31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중국 매출 부진, 내수 소비 침체 영향으로 LG생활건강의 작년 영업이익은 30% 넘게 감소했다.

그나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이 25%대로 양호한 편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100만 원을 넘어 ‘황제주’에 재등극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한 데다 미·중 간 갈등에 대한 반사이익 기대가 주가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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