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적 심리 vs 견실한 지표 괴리 이유는?…미국 뒤덮은 경제 전망 먹구름

입력 2024-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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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경제 기반 취약·지정학적 갈등 고조 영향
미국인, 정부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 사라져
인플레이션 둔화했지만 임금 인상률도 낮아져
‘아메리칸드림 유효하다’ 답변 36% 불과

▲지난달 27일 뉴욕 맨해튼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맨해튼(미국)/AFP연합뉴스
미국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실업률이 24개월 연속 4%를 밑도는 등 경제 상황은 되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인의 비관적 심리와 견조한 경제 지표 사이의 괴리에 주목했다.

미국인들이 경제 전망에 비관적인 이유는 자신의 장기적인 경제 기반이 취약하고 광범위한 사회적·정치적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WSJ은 “미국인들에게 계층 상승을 위한 학위 취득은 더는 유효한 투자로 여겨지지 않고 전쟁 등 지정학적인 갈등 고조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정부 지도자들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미국인은 불안정한 상황을 타개할 지도자가 없다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미국인의 비율. 단위 %. ※지난해 6월 16%.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비영리단체(NPO)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한 50대 직원은 “쇼핑하러 갈 때마다 물가에 충격을 받는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경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론적인 기반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때처럼 실수를 거듭하면서도 정부는 여전히 막대한 지출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는 지도자들의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한 대형 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WSJ에 “정치인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석유와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지출 계획이 틀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식당 주인은 “사람들은 희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분열된 미국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실업률 추이. 단위 %. ※황색 음영은 실업률이 4%를 밑돈 기간.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저소득층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2022년 정점을 찍었던 인플레이션은 둔화했지만, 임금상승률 역시 줄어들면서 실질 소득이 늘지 않았다는 인식이 만연한 상황이다. 또 미국의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이지만 기술과 미디어 등 사무직 업종에서 인력 감축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산층으로의 진입 조건으로 여겨지던 대학 학위도 무용하다는 생각도 퍼지고 있다. WSJ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의 78%가 ‘자녀 세대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을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9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또 노력하면 출세가 보장된다는 ‘아메리칸드림’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미국인은 36%에 불과했다. 약 10년 전에는 53%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많은 사람이 대학에 진학해도 전공 분야에서 일하지 않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직업을 위해 많은 학자금 대출을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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