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도 허용…이커머스, 대항마 될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서초구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전환된 가운데 28일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서초구는 다른 서울 자치구와 마찬가지로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이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행정절차를 마친 뒤 이날부터 둘째·넷째 수요일로 변경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에 맞춰 새벽 시간대(자정~익일 오전 10시) 온라인 배송 허용까지 추진되면서, 오프라인 대 온라인 몰 경쟁이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쿠팡 등 이커머스 업계는 오프라인 업체가 쉽사리 온라인몰 파이를 키울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은 전국의 대형마트와 SSM을 활용해 별도의 물류센터 없이도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겠지만, 기존 이커머스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28일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새벽 시간대 배송을 할 수 없다. 물론 현행 유통법에는 온라인 배송에 관한 별도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과거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허들이 되고 있다. 법제처는 ‘영업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기지로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점포를 개방하는 것과 같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현행 유통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고, 월 2회 공휴일에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 사실상 새벽시간대 배송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의무휴업일 폐지와 함께 대형마트와 SSM의 새벽 시간대 온라인 배송 허용을 선언하면서 업계의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다. 그동안 규제 탓에 새벽배송 사업을 제대로 전개하지 못했던 오프라인 유통사는 환영의 목소리다. 전국에 있는 대형마트와 SSM을 활용,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간대가 넓어지는 만큼 다양한 배송 서비스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이미 전국망 물류센터화가 돼있다고 봐도 무방하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이커머스업계는 정부의 규제 해소에 냉랭한 반응이다. 신선식품 등을 빠른 시간 내에 배송해야하는 특성상 물류, 콜드체인 등 새벽배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규제에 대해 관심있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풀 콜드체인으로 배송을 해야 하는데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비용 문제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이투데이 그래픽팀)

전문가들도 대형마트가 온라인 배송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당장 뛰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형마트는 지리 장점이 있기 때문에 즉시 배송이나 맞춤형 배송에 더 강점이 있다”면서도 “소비 행태가 바뀌는 것이고 전체적인 소매 판매액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새벽배송을 이미 선점한 만큼 모든 업체가 새벽배송에 뛰어들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대형마트가 전국을 대상으로 새벽배송을 하지 않고 수요가 있는 일부 상권 위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