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부담 큰 유산세→유산취득세 개편 속도 붙나

입력 2024-01-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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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20개국 유산취득세 도입…기재부 "충분한 시간 필요"

▲기획재정부 전경. (사진제공=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상속세 완화 시사 발언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 중인 상속세 유산취득세 전환에 속도가 붙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민생 토론회에서 "소액 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거기다 할증세까지 있다"면서 "재벌,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상장 기업들이 가업을 승계한다든가 이런 경우에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독일과 같은 강소기업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향후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한 상속세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에도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기업이 영속성을 갖고 잘 운영돼야 근로자의 고용안정도 보장된다"며 집권 시 상속세 개편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세 개편 작업도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는 2022년 10월 상속세를 현행 유산세(전체 유산에 대해 과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개인이 취득한 재산에 따라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유산취득세 전환 추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상속인이 각자 취득하는 개별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여러 명에게 분할할수록 상속세 부담이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상속세는 유산과세, 증여세는 취득과세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어 과세체계 정합성을 위해 취득과세 방식으로 일치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중에서 20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도입 중이며, 유산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 미국, 영국, 덴마크 4개국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문가 TF와 함께 유산취득세 전환을 검토 중에 있지만 1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속세 개편이 곧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비판 속에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작년 6월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꿔 나가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상속세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자니 배우자나 자녀 공제 등 모든 부분을 함께 조정해야 해서 너무 큰 작업"이라며 "해외사례 등을 좀 더 깊이 있게 보고 연구·논의할 필요가 있다. 2023년엔 상속세 전반적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는 쉽지 않을 거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최상목 현 부총리도 지난달 5일 상속·증여세 개편안의 임기 중 추진 여부에 대해 "상속세 부분의 경우 국회에서 많은 논의가 있어서 말하기 어렵고 다만 국제적 기준 등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이날 윤 대통령의 상속세 완화 시사 발언을 계기로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안에 유산취득세 전환의 개편 내용을 담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한 상속세 개편을 시사한 것이기 때문에 신속히 추진하라는 얘기가 아니다"며 "관련 연구용역이 현재 진행 중에 있고, 전문가 TF 논의도 계속 진행 중이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결과가 나오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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