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처분 어겨도 감옥 안가더라”…관리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부수처분이 뭐길래]

입력 2024-01-22 06:00수정 2024-01-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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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내부. (연합뉴스)

부수처분을 이행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는 집행유예를 취소해야 한다. 이는 형 집행이 유예됐던 피고인을 감옥에 가둔다는 엄중한 의미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개인의 일탈 사례도 나온다. 노인 등 일부 피고인들의 무지(無知)로 인한 부수처분 미이행 사례도 적지 않아, 법원으로서는 단번에 수감 명령을 내리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목소리도 제기된다.

마약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을 대리했던 한 국선 변호사는 “재범률이 높은 마약사범의 경우 보호관찰소에서 주기적으로 약물검사를 받아야 하는 부수처분을 명 받는데, 다른 범죄와 달리 중독된 약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어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속될 줄 알면서도 약물 의존을 끊지 못해 제 때 검사를 받지 못해 잡혀간다는 것이다.

개인의 일탈 사례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피고인에게서도 종종 발생한다. 형사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수차례 접선해 재판에 넘겨진 한 피고인의 경우 ‘판문점이나 공동경비구역 등에 접근하지 말라’는 부수처분을 지키지 않아 결국 형 집행유예가 취소돼 실형을 산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 역시 “상습적인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한 노인이 부수처분으로 딸려온 수강명령을 이행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지내다가 집행유예 취소된 사례가 있었다”면서 “법원이 선고 당시 부수처분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의 경우 그 의미가 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첨언했다.

부수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피고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검찰과 법원 사이에 온도차도 존재한다. 피고인이 할당된 부수처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관리감독하는 일선 보호관찰소는 검사에 신고하게 돼 있는데, 이를 확인한 검사가 법원에 집행유예 취소를 청구해도 최종 판단을 내리는 판사가 기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이투데이DB)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집행유예 취소 청구를 해봤자 법원이 기각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애초에 실형을 살게 했어야 하는 피고인인데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부터 잘못된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대근 연구위원도 “법관의 당초 집행유예 선고가 정확하지 않은 판단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판사들에게도 입장은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사건을 주로 맡아온 한 판사는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취소하면 바로 집행관이 찾아가 피고인을 구속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 후과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심각성을 잘 모르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아 단번에 집행유예 취소 처분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16년 전북 전주시 호성동 전주준법지원센터(전주보호관찰소) 관찰소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위치추적 전자감독제도(전자발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부수처분 자체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교육수강 명령의 경우 분위기가 강압적이지도, 엄격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교육현장에 가보면 수업시간에 다 졸고 있다”는 건 형사사건을 많이 다뤄본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만 “그런 수업이라도 있어야 재범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는 건 고질적인 문제다. 주로 성범죄나 아동학대범죄와 관련돼 명령되는 전자발찌, 위치추적, 접근제한 등의 부수처분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산하 보호관찰소 및 위치추적관제센터가 관리하는데, 소속 인원 대비 관리해야 할 대상이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

형사법학 박사인 천주현 변호사는 “성범죄나 아동학대죄를 저지른 사람의 경우 아동청소년 교육기관에 취업하는 걸 제한하는 종류의 부수처분도 있는데, 취업 과정에서 사실조회가 제대로 되지 않아 범죄전력이 있는 사람이 취업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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