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투심 찾아요”…롤러코스터 탄 상장 바이오기업 [스페셜리포트]

입력 2023-12-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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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기업공개 업&다운(UP&DOWN)

“상장하고 나면 한숨 돌릴 줄 알았는데 한숨이 늘어납니다. 주가 때문에 갈수록 고민만 많아지네요.”(A바이오기업 대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투자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올해 기업공개(IPO) 성과가 대부분 기대치를 밑돌면서 얼어붙은 투자자들의 마음은 아직 풀릴 줄 모르고, 이를 바라보는 기업들은 애가 닳는 상황이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 국내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헬스케어기업 12곳 가운데 5곳은 희망 공모가범위(공모가 밴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일부는 공모가 밴드를 낮추고도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렇게 목표하던 금액보다 훨씬 적은 공모자금을 손에 쥐게 됐지만, 문제는 그 후에도 이어진다. 상장 바이오기업의 절반은 이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기 때문이다. 공모가 밴드 충족에 실패했는데 실제 주가는 이보다 더 저조한 흐름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바이오산업이 명확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관련 기업의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창업한 바이오벤처기업은 401개로, 2000년 이후 꾸준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벤처들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 IPO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상장한 바이오기업은 35개사→28개사→27개사→19개사→13개사→12개사로 지속적인 감소세다.

공모금액은 더욱 가파르게 줄었다. 2022년 공모금액은 3485억 원으로 전년(4조570억 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는 12개 기업의 총 공모금액이 1946억 원에 그친다.

전체 벤처기업 중 바이오벤처 투자 비중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2020년 27.8%로 1위를 차지하던 바이오 투자 비중은 지난해 16.3%, 올해 상반기 13.4%로 쪼그라들었다.

이렇다보니 올해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의 조사에서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74.0%)을 꼽았다. 하지만 돈줄을 쥔 투자사들은 ‘투자 회수 시기의 불확실성’(85.7%)을 걸림돌로 지적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그런데도 바이오산업의 높은 성장성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투자심리의 부침은 심하지만 높은 기대 수익률로 투자 매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상장한 기업 2곳은 순조로운 출발로 주목받았다.

정보라 스틱벤처스 상무는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면서 다시 바이오를 눈여겨보는 시점”이라며 “상장사들의 성과 창출이 산업 전반의 투자심리 개선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한편, 인적역량과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으로 돈이 몰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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