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만8000% 이자 못 내면 인신매매…사채로 내몰리는 서민[악마의 덫, 불법사금융①]

입력 2023-1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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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파멸적인 초고금리, 인신매매까지 불사하는 빚 독촉에 죽을 지경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상당수 서민은 여전히 불법 사금융에 고통을 겪고 있었다. 악질 사채업자들의 수법은 더 교묘해지고 집요해졌다. 이들은 일상 속에 스며들어 조금만 눈을 돌리면 ‘쉽고, 빠르게, 비밀 보장’이라는 문구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사금융 척결’ 주문에 금융당국과 국세청, 경찰청 등은 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 관계기관 외에도 정책금융기관과 시민이 직접 나서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훑어도’ 한계는 여전하다. 이에 본지는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연 2000∼2만8157% 초고금리’, ‘나체사진·신체포기각서 요구’, ‘인신·장기매매 협박’

최근 국세청이 검찰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추려낸 악질적인 불법 사채업자의 대표적인 횡포 사례다. 이들은 극단적인 수법으로 여전히 채무자들의 고혈(膏血)을 빨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불법 사금융을 ‘독버섯’에 비유하며 끝까지 추척해 처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역대 대통령들도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근절하지 못했다. 단속 효과만 반짝 있을 뿐 오히려 피해 건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말뿐인 척결’이 아닌 실효성 있는 예방책,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 지원책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3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상담ㆍ신고된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이다. 이는 상반기 기준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2019년 2459건 △2020년 3955건 △2021년 4926건 △지난해 503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당국의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대부 유사수신 신고 상담 건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만 62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때보다 23.6% 급증했다.

불법 사금융이 활개를 치는 건 ‘저신용자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가 신규 대출을 줄줄이 중단하면서다.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하자 대부업체들은 대출할수록 더 손해를 보는 상황에 직면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결과 올 상반기 대부업계의 신규 가계신용대출 규모는 600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전체 취급액 4조1000억 원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금리 인하로 악화한 서민들의 금융 접근성은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경우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다수의 선행 연구에서 이미 예측됐듯이 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저신용자 배제, 사회적 후생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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