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설이 돌고 있는 조국 전 장관의 거취를 두고 여야가 표정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출마에 선을 긋는 반면 국민의힘에선 논란이 많은 조 전 장관의 출마가 여당에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조 전 장관은 최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출마하나’란 질문에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대한 법률적으로 해명하고 소명하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냐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최근 그는 저서인 ‘디케의눈물’ 북콘서트 일정 등으로 전국을 찾고 있다.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지역은 호남, 영남, 서울 관악으로 좁혀지는 중이다.
조 전 장관은 다음 달 4일 광주에서 북콘서트를 연다. 이보다 앞선 이번 달 18일엔 전주 전북대에서도 북콘서트 행사가 계획돼 있다. 호남의 경우 조 전 장관이 일정수준의 지지세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그의 최측근인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 행정관도 전북 전주을 출마를 준비하며 모교인 전북대를 비롯해 세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의 고향이 부산인 만큼 영남에서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나 영남은 상대적인 험지다. 조 전 장관은 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지기로 있는 양산 평산책방에서 저서 사인회를 연 뒤 10일에는 부산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한다. 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한 경력 등을 감안하면 수도권, 그중에서도 관악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호남에는 연고가 없지 않나. 영남은 고향이 있다는 점이 있지만 상대적인 험지”라며 “무엇보다 ‘조국’이라는 존재감을 이용할 거라면 나온다 하더라도 수도권이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출마나 신당 창당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비례 위성정당을 어떻게 할지 등 선거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조 전 장관이 신당 창당을 하면 비례 위성정당을 가장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아직 선거법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을 하기엔 좀 이르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 전 장관 출마설에 선을 긋고 있다. 한 당 지도부는 “당내 어떤 단위에서도 조 전 장관 출마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도 “우리 당 사람도 아니고, 출마 여부도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민주당 당적을 가진 적이 없다.
당내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조 전 장관 본인과 지지자들에겐 좋을지 모르나, 사회 갈등이나 진영 논리엔 매우 치명적”이라며 “당내에서도 조 전 장관 출마나 신당이 당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놓고 갈등할 거고, 재판까지 간 부분을 다시 정치로 끌어들이는 부담도 있다”고 비판했다. 출마 자체는 개인의 자유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조 전 장관의 출마가 도움이 된다는 분위기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7일 YTN라디오에 ‘조 전 장관 신당이 국민의힘에 유리하겠나’란 질문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부도덕한 행보로 처벌받은 사람이 나와 정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전체 야권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데다 그가 받을 한 표든 몇십만표든 이는 민주당에 불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랑을에 출마를 준비하는 이승환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8일 SBS라디오에 “조 전 장관이 나와주면 ‘땡큐’”라며 “4년 전 조국과 지금의 조국은 징역형을 받은 점에서 다르다. 출마가 본인이 살 길인지는 몰라도 한국 정치와 진보진영은 죽이는 정치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