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창립 이래 단 한 해도 역성장 없이 계속해서 성장만을 거듭해왔습니다. 이제는 혁신적인 피팅과 밸브의 모듈화 기술로 더 나은 미래를 연결하겠습니다.”
이제훈 한선엔지니어링 대표는 지난 26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스닥 상장에 나서는 포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012년 설립된 한선엔지니어링은 국내 철강시장에서 약 50년 업력을 보유한 철강선 제조기업 한국선재의 자회사다. 주요 사업은 크게 계장용 피팅, 밸브, 튜브 제조업 등이 있다.
특히 반도체·석유화학·수소에너지·조선 등 국내 다양한 산업 전반의 필수 산업 자재로 활용되는 계측 장비용 피팅과 밸브 제조에 강점을 지닌다. 모회사 한국선재의 철강원료를 기반으로 국내 유일 스테인리스, 동, 철 등 강종별 8대 선급을 보유하고 있다.
계측 장비용 피팅은 배관에서 기초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수소, 석유 등 유체 또는 액체의 흐름이 있는 모든 곳을 수평과 수직 등으로 연결하는 이음쇠 역할을 한다. 길이가 긴 튜브와 파이프를 연결하거나 배관의 방향을 90°로 전환하기도 하고, T자형으로 분기하는 등 유체의 이동방향을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밸브는 유체와 기체의 흐름을 정밀하게 조절해 압력에 의한 역류 또는 고압을 방지한다. 산업 현장에서 가스나 액체가 균일한 압력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제조를 시작으로 고객들이 자체 요구하는 모듈화에도 힘쓰고 있다”며 “국내에서 피팅밸브를 만들 수 있는 곳은 다른 기업도 많지만, 개별 제작 능력은 저희뿐”이라고 설명했다.
한선엔지니어링은 개별 고객 산업에 적합한 맞춤형 모듈을 제작하면서 약 300곳 이상의 국내외 직거래처, 4만 개 이상의 제품 품번을 보유하고 있다. 주문부터 납품까지 시간 단축과 실시간 재고 관리를 위해 영업 외 모든 부서에서 자체 전산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 대표는 “약 4만 가지의 제품을 생산 및 관리하면서 오발주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짚었다.
이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던 이 대표의 독특한 이력에서 생겨났다. 이 대표는 포토샵으로 유명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Adobe)에서 문서파일인 PDF 엔진을 설계한 경험이 있다. 그는 “처음 철강회사를 경영할 당시에는 시황에 따라 산업을 움직여야하는 점이 지루했다. 컴퓨터 공학 경력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4만 가지가 넘는 피팅밸브 품번 전산화에 성공했다”고 했다.
피팅 자동화기기를 통해 업무효율이 신속해지자 직원 1인당 생산성도 향상해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2012년 한선엔지니어링의 설립 첫해 매출 20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5년 100억 원, 2019년 200억 원을 돌파했다. 2021년과 지난해 사이에는 불과 1년 만에 매출액이 272억 원에서 409억 원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실적 호조를 뒷받침하는 건 주요 글로벌 사업 프로젝트다. 한선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9조 원을 들여 추진 중인 초대형석유화학 사업 ‘샤힌 프로젝트’,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5조 원)’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평균 성장률(CAGR)은 35.2%에 이르렀다. 올해 상반기에도 253억 원의 매출을 거둬 연내 500억 원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한선엔지니어링의 총 공모주식 수는 425만 주로, 공모 희망가는 주당 5200~6000원이다. 총 공모예정 금액은 221~255억 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884~102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다음 달 2일부터 8일까지 5거래일간 기관 수요예측을 시작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13~14일 일반 청약에 나선다. 상장 후 오버행 리스크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최대주주 등 지분을 100% 의무보유 설정했다. 다음 달 21일 코스닥 시장 상장 예정이다. 주관사는 대신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