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전쟁·합병 등 대외적 장애물 ‘산적’…반도체 ‘반등’ 성공할 수 있을까

입력 2023-10-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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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쇄회로기판 위에 미국과 중국 국기가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감산 효과, 고정거래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적자 폭을 점차 줄이며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대외적인 위험 요소가 산적해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향후 국내 반도체 시장의 주요 변수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추가 수출 통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장기화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합병 등이 거론된다.

먼저 미국 정부는 이번 주 내 대중국 첨단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는 추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술을 적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와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에 엔비디아는 이런 규제에 걸리지 않는 선까지 성능을 낮춘 제품 H800, A800 등을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생산했다. 이번 추가 규제안은 이러한 우회 방식까지 막는 수준으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규제로 중국의 매출 비중이 높은 엔비디아가 실적 타격을 받으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까지 여파가 전달될 수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 H800에 들어가는 HBM3을 납품하고 있다. 내년에는 엔비디아 신규 제품 등에 공급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향후 부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이스라엘에 있는 반도체 기업의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이스라엘 남부 키르야트가트 지역에는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공장이 가동 중이다. 이곳에서 인텔의 전체 반도체 생산량의 약 11%가 나온다. 생산이 중단되면 CPU 수요와 맞물린 우리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합병 이슈도 업계의 관심사다. 현재 양측 경영 통합 방식을 두고 최종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합병이 성사되면 향후 우리 기업의 낸드플래시 시장 지배력에 차질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1.1% △키옥시아 19.6% △SK하이닉스 17.8% △웨스턴디지털 14.7% 순이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산 점유율은 34.3%로, 1위인 삼성전자 점유율을 넘어서게 된다.

이 같은 대외적 변수들은 현재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 흐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6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매출액 7조9775억 원, 영업손실액 1조6650억 원으로 전망된다. 2분기 영업손실액(2조8821억 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을 크게 줄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는데, 올해 첫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강한데, 이 시장은 시스템 반도체보다 외부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하다”며 “회복세를 보이던 시점인데 여러 대외 변수가 갑자기 생기면서 지금은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4분기 들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됐다”면서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수요 부진 및 세계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 반도체 수출 회복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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