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우리말] 미장센 → '화면 구성'이 아름답다

입력 2023-10-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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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화면 구성이 참 아름답다.

미장센(mise-en-scène)은 프랑스어다. 원래 공연에서 무대 연출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각 단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mise=놓기 △en=~에 △scène=장면이다. '장면에 놓기'가 바로 미장센이다.

감독은 장면에 무엇을 놓나? 감독은 장면에 인물, 공간, 소품 등을 놓는다. 결국 미장센이란 '인물, 공간, 소품 등을 화면에 어떻게 배치하고 구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한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탕웨이)가 사는 집. (CJ ENM, 네이버영화)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고 "그의 영화는 미장센이 참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 감독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탕웨이)가 사는 집을 예로 들어보자. 위 장면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 건 벽지다. 벽지를 본 관객들은 '박찬욱 감독이 왜 저런 벽지를 사용했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영화에서 인물이 사는 공간은 그 사람의 특성과 심리 등을 반영한다. 불길하게 파도치는 듯한 느낌의 벽지는 서래의 존재론적 상태를 은유한다. 파도치는 해변이 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간임을 생각하면, 벽지의 형상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형사 해준(박해일)이 근무하는 공간. (CJ ENM, 네이버영화)

다른 예를 들어보자. '헤어질 결심'의 형사 해준(박해일)은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송강호)이나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설경구)과는 다르게 품위가 있다. 그는 욕도 하지 않고, 친절하며, 늘 깔끔한 정장을 입고 다닌다. 기존 범죄영화에 등장하는 형사들과 궤를 달리한다.

해준의 집무실에 놓인 갖가지 소품들은 그의 남다른 성격과 태도를 반영한다.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식적인 느낌의 형사 집무실이다. 박 감독은 이 같은 화면 구성을 통해 해준이라는 인물의 한 단면을 형상화한다.

영화에서 미장센은 카메라에 포착되는 모든 것들의 배치 방식이다. 감독의 역량은 화면 구성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장센이 아닌 '화면 구성'으로 표현하면 이해가 더 쉽다. '화면 구성'이 아름다운 감독들의 영화를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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