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흔들리는 바이든 중동 전략

입력 2023-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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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절 체결한 아브라함 협정, 바이든 정권도 승계
사우디 가세한 추가 협정 추진했지만 전쟁에 물거품
내년 대선 앞두고 공화당 거센 비판도 직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현재 중동 지역은 과거 20년보다 조용한 상태다.

지난달 말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뱉은 발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등 여러 국제분쟁을 겪지만, 중동 정세만큼은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그의 말은 불과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뒤집혔다.

뒤집힌 것은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만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전쟁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전략마저 뒤집고 있다고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진단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9일(현지시간) 불길이 치솟고 있다. 가자(팔레스타인)/EPA연합뉴스
전쟁 발발 후 바이든 대통령은 일단 이스라엘에 지원을 약속했다. 미 국방부는 항공모함이 이스라엘 근해로 이동할 예정이고 공군 지원도 증원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해당 지역 내 미군의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 시절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해 이스라엘과 걸프국가의 화해를 끌어냈던 미국은 바이든 정권 들어서도 이스라엘과 가까이하고 있다. 2년 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아브라함 협정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해당 협정은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와 국교를 수립하기로 한 외교적 합의를 의미한다. 그간 걸프국가들과 날을 세웠던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 속에 국제무대에 더 나설 수 있게 됐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해 7월 15일 제다에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제다(사우디)/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사이도 개선되면서 미국의 중동전략도 탄력을 받았다. 미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전제로 한 확장된 아브라함 협정을 추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달 “이스라엘과의 거래가 성사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이 같은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당장 사우디 외무부는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점령과 팔레스타인 국민의 정당한 권리 박탈, 팔레스타인의 신성함에 대한 반복적인 도발 때문”이라며 하마스를 두둔했다.

이런 이유로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밀러 연구원은 “이제 미국이 이스라엘-사우디 협정을 성사시킬 능력은 제로(0)로 줄었다”고 평했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이면 끝난다. 빈 살만 왕세자가 조만간 권력이 끝날 수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 지도자와 서둘러 협정을 맺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도 비난에 직면했다. 공화당은 민주당 집권마다 이란을 편하게 둔 것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정권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의 반대에도 이란과의 핵합의를 체결했다. 이후 트럼프는 “나쁜 협상”이라며 핵합의를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강화했고, 바이든 정권이 다시 핵합의 복원을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가 이란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9월 수감된 미국인 5명의 석방을 위해 이란과 거래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 당시 거래로 이란은 한국 내 동결된 석유 거래 자금 60억 달러(약 8조 원)도 챙겼다. 동결자금을 둘러싼 실랑이에 과거 한국 선박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일도 있었다.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이번 전쟁이 자신의 입지와 중동전략을 흔들 변수가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선 신뢰와 정치적 필요성 모두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끌어안을 것”이라며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나 네타냐후 총리나 이스라엘의 보복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대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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