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5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사과 54.8%↑
지난달 먹거리 등 체감 물가가 5개월 만에 4%대로 치솟으면서 가계의 살림살이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우유 가격 인상 등 체감물가 상승 압력 요인들이 잇달이 대두되면서 소비자들의 먹거리와 장바구니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4.4% 상승했다. 이는 5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을 크게 옷돈 것이다. 전월 증가폭(3.9%)보다는 0.5%포인트(p) 높다.
생활물가지수가 전년대비 4%대의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23년 3월(4.4%) 이후 5개월 만이다. 올해 4월 3.7%로 내려간 생활물가 상승률은 5월 3.2%, 6월 2.3%, 7월1.8%로 하향세를 보이다가 8월에 다시 3.9%로 올라서며 상승세가 지속됐다.
생활물가지수는 체감물가를 설명하기 위해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한 지수다.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물가 지수로 볼수 있다.
지난달 144개 품목 중 식품 84개 품목이 4.6%, 식품이외 60개 품목은 4.2% 각각 상승했다.
식품 품목 가운데 사과가 54.8%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귤(40.2%), 수박(30.2%), 당근(37.2%), 토마토(30.0%) 등이 뒤를 이었다.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소금(17.3%), 쌀(14.5%), 닭고기(12.9%), 오징어(12.1%), 어묵(16.0%), 바나나(10.9%), 등도 10% 넘게 올랐고, 기타육류가공품(12.5%), 커피(13.2%), 피자(12.3%), 라면(7.5%), 빵(5.8%), 우유(9.3%) 등 가공식품도 크게 상승했다. 소주(외식ㆍ4.4), 맥주(외식ㆍ4.4%) 등 주류도 4% 넘게 올랐다.
식품이외 품목에서는 도시가스가 21.5%로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전기료가 20.3%로 두번째로 높았다. 고유가에 따른 연료비 상승 탓이다.
이어 세탁세제(17.3%), 섬유유연제(12.9%), 보험서비스료(12.9%), 목욕료(12.2%) 등이 뒤를 이었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높은 체감물가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달 1일부터 원유(原乳) 가격이 인상돼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의 물가 부담은 더 확대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오비맥주가 11일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다.
현재 치솟는 국제유가로 한국전력의 영업손실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기료 추가 인상 압박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물가 전반의 상승을 자극하는 불확실성 요인 또한 대두되고 있다. 현재 물가상승 안정화를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대표적이다. 이는 원ㆍ달러 강세(국내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져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최근 다시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국제 유가 상승을 부추기면서 물가 압력 요인인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소비자 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더 자극할 가능성이 커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부가 먹기리 등 다른 부문의 물가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