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처음..사실상 순채무 국가 전락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 잔액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은 사실상 순채무 국가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09년 3월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 분석'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은 -238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정점을 지나던 지난해말 -326억3000만달러를 기록한 데 비해 87억8000만달러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이미 -239억5000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 한국의 순대외채권 잔액은 2008년 하반기부터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은 지난 1997년말 외환위기 당시 -680억8000만달러에 달했지만 이듬해인 98년에는 -345억3000만달러, 99년에는 -68억4000만달러로 빠르게 급감한 이후 2000년에 188억4000만달러로 플러스 전환됐다.
순대외채권은 이후 2005년말 1207억2000만달러까지 늘었으나 2006년에는 1066억달러, 2007년에는 355억3000만달러, 2008년 1분기 149억5000만달러로 급감하며 한국의 순채무국 전환 우려를 예고했다.
유병훈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 차장은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이 마이너스로 접어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외국인들의 경우 통상적으로 대외채무로 분류되는 확정채권에 투자하는 반면 내국인들은 대외채권에서 제외되는 직접 투자 혹은 주식과 같은 지분성 자산을 중심으로 해외에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 차장은 "실제 순국제투자 현황 자료를 통해 분석해보면 이를 알 수 있다"며 "해외펀드 위주로 이뤄진 대외채권은 지분성자산을 중심으로 이뤄져 통계상으로도 대외채권에서 제외돼 순대외채권은 감소세를 기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외채무는 3월말 현재 3693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말(3810억6000만달러)에 비해 117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이중 단기외채는 29억2000만달러, 장기외채는 88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이로써 대외채무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기외채보다 장기외채가 더 크게 감소함에 따라 2008년말 39.6%보다 0.5%포인트 오른 40.1%를 기록했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장기외채와 단기외채를 합한 유동외채는 같은 기간 1857억7000만달러로 작년말 1939억9000만달러보다 82억2000만달러 줄어든 수준이다.
부문별로 대외채무 현황은 통화당국이 3월말 현재 338억달러, 은행부문이 1619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은행 부분의 급격한 채무 증가는 차입이 무려 1044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