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사고 보자”…수도권 2030 생애최초 주택 구매 행렬 ‘여전’

입력 2023-10-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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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의 주택 구매 기세가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발(發) 금리 인상 우려가 재점화하고, 국내 부동산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 중이지만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행렬은 여전하다. 전문가는 무주택 비율이 높은 젊은 층의 주택 마련 수요가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도 이어지는 것으로 진단하고, 추가 금리 인상 등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9월 서울의 집합건물 기준 ‘생애 첫 부동산 구매’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 건 중 2030세대 비중은 63.4%로 집계됐다. 지난달 서울의 총 생애 첫 부동산 구매 건수는 3245건으로 이 가운데 2030세대는 2058건을 차지했다. 집합건물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연립·다세대주택)를 모두 포함한 주택 개념이다.

이 수치는 올해 최고 수준으로 지난 6월(63.4%)과 같은 비중이다. 하반기 기록만 보면 7월 54.8%(4028건 중 2209건)와 8월 56.1%(3640건 중 2041건)보다 최대 8.6%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최근 생애 첫 부동산 매수 건수는 3달 연속 줄어들고 있지만, 2030세대의 매수 비중은 되려 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런 경향은 서울 내 중·저가 단지 밀집 지역의 거래량 증가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계가 끝난 8월 강북구 아파트 거래량은 187건으로 7월 64건 대비 약 3배 늘었다. 노원구 역시 이 기간 281건에서 304건으로 증가(증가율 8.2%)했고, 은평구는 141건에서 156건(10.6%)으로 늘었다. 이 기간 서울 전체 거래량은 7월 3588건에서 8월 3839건으로 증가해, 증가율 약 7%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030세대가 주로 매수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집중된 것이다.

경기와 인천지역의 2030세대 매수세도 여전하다. 경기도의 지난달 2030세대 부동산 첫 매수 비중은 55.8%(9974건 중 5566건)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비중은 7월 55.4%에 이어 8월 56.5% 등으로 최근 3달 연속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인천 역시 지난달 55.3%를 기록해 7월(54.3%)과 8월(57.7%)과 근사한 수준을 보였다.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행렬은 매매시장뿐만 아니라, 청약시장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누적 집계 기준 30대 이하 청약 당첨자 비중은 평균 52.6%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30세대 청약 당첨자 비중이 56.1%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30세대의 서울 청약 당첨률은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30~40%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급증한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2030세대의 매매·청약 집중 현상에 대해 “젊은 층은 무주택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유주택자 비중이 더 높은 중장년층보다 주택 수요가 더 절실한 상황”이라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도 젊은 층은 결혼이나 출산 등으로 주택 필요성이 더 큰 만큼 공격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밖에 집값 바닥론 확산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저금리 정책 대출 시행, 아파트 청약 추첨제 물량 확대 등으로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수요가 재차 확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하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에 육박하고, 미국발 기준 금리 추가 인상 우려가 커지는 만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매수 비중이 많은 2030세대의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2조8591억 원 증가했다. 개인 신용대출은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전월 대비 가계대출은 1조5174억 원 늘었다.

김 소장은 “2030세대는 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택을 매수하는 것이 문제”라며 “미국 금리 인상 등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지금 시장은 굉장히 위험하다. 위험 관리를 위해 매수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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