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내일이 없는 것처럼 소비…일생 한 번뿐인 경험에 돈 쏟아”

입력 2023-10-0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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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가계지출, 전년비 5.8%↑
물가상승률 웃돌아
저축보다 체험 지출에 1.5배 더 많은 돈
팬데믹에 장기 계획 불안정성 커진 영향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와이키키 비치에서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호놀룰루(미국)/AP뉴시스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소비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은 금리가 계속 오르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시장도 차츰 냉각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 경제성장의 주요 원동력인 가계지출은 8월에 전년 대비 5.8% 증가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3.8%)을 웃도는 견고함을 보였다.

이에 대해 WSJ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건강이나 비즈니스 또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장기계획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을 목격한 미국인들이 나중에는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일생에 한 번뿐인 경험을 하는 데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여행과 콘서트 등 체험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미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인 얼라이뱅크의 집계에 따르면 고객들이 장기 계획보다 재미나 여행 등 경험 지향적 지출에 1.5배 더 많은 돈을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 항공권 예약업체 티켓마스터는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2억9500만여 개의 항공권을 판매했고, 미국 주요 항공사인 델타항공도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WSJ는 카드 빚을 내고 집까지 팔아서 여행 등에 돈을 쓰는 미국인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금융 커뮤니케이션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이비 후세인(30)은 현재 약혼녀와 함께 뉴욕에서 3000달러(약 407만 원) 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는 저축 대신 소비를 택했다. 최근에는 테일러 스위트의 콘서트 투어 티켓을 1600달러에 구매했고, 약혼을 앞두고 친구들과 함께 ‘총각파티’를 하기 위해 3500달러를 들여 스페인 휴양지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집 장만을 위해 고금리 대출을 받아 매달 이자를 내는 것보다 현실을 즐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안락한 삶을 위한 저금보다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소비를 택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사는 한 커플은 집 구매와 은퇴 연금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대신 매달 월급에서 수백 달러를 따로 떼 고급 레스토랑 식사, 명품 가방 구매 등 ‘버킷 리스트’를 충족하는 데 돈을 쓰고 있다. 그는 “은퇴 후 재미를 위해 기다리는 것보다 우리는 그 반대로 하려 한다”며 “솔직히 현재 생활이 더 재미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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