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청문회 대립…35년 만에 ‘대법원장 인준 부결’ 사태 오나

입력 2023-09-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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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이틀째 탈세‧농지법 위반 의혹 등 여야 공방
야당, 자격‧도덕성 놓고 이 후보자 ‘부적격’ 의견
임명동의안 부결될 경우 대법원 업무 마비 우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0일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가운데 탈세, 농지법 위반 의혹 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야당이 이 후보자에 ‘부적격’ 의견을 내고 있는 만큼, 35년 만에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부친에게 땅을 증여받고, 이를 매매로 신고해 증여세를 피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굉장히 이상하고 탈법, 취득세나 증여세를 탈루하기 위한 법 악용이다. 상당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 김모 씨는 2000년 9월 부산광역시 만덕동 4만5291㎡ 임야에 대한 지분 4분의 1 지분을 취득했다. 등기부등본에는 매매를 통해 취득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이 땅을 판 사람은 부친이었고 세 자녀에게 물려준 셈이었다.

성남세무서는 이를 ‘토지 매입 대금(현금)’으로 보고 증여세 1억3399만 원을 부과하자 김 씨는 국세심판원에 불복 심판을 청구했다. 국세심판원은 주장을 받아들여 증여받은 건 현금이 아닌 ‘토지’라고 판단한 뒤, 처음 부과된 세금의 10분의 1 정도인 1133만 원만 청구했다.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나온 황인규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당시 다른 심판례들과 달리 청구인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상하게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등기를 하지 않거나 증여를 매매로 등기한 점은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소개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 소유의 부산 동래구 땅 농지법 위반 의혹을 겨냥해 “서류상으로는 농지로 돼 있지만 잡종지, 즉 주차장 등으로 이용하고 있으면 농지법 위반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황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농지매매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류와 실제 용도가 상이할 경우 ‘현황주의’에 따르는데, 이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판례가 있다. 이 후보자가 직접 판결한 판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에 여당은 ‘참고인으로 나와 너무 단정적으로 말한다’ ‘사건을 직접 다뤄봤냐’는 등 반박했지만, 야당은 자격이나 도덕성 문제를 거론하며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부적격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비상장 주식·자녀 해외재산 신고 누락 등 의혹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국회는 청문회 이후 21일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대법원장을 임명하려면 국회 표결절차를 거쳐야 하고, 국회의원 과반의 출석과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 후보자의 인준 여부는 사실상 168석을 가진 민주당에 달려 있는 셈이다.

특히 김명수 현 대법원장은 이달 24일 6년 임기를 채우고 퇴임한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와 인준 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오는 2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한다.

대법원장의 공백이 발생한 사례는 단 한 번으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찬성률 47.6%(296명 중 141명)로 부결된 바 있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선임 대법관(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할 수 있지만, 안 대법관의 임기는 2024년 1월 1일까지다. 민유숙 대법관의 임기도 같이 끝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장 공백 사태 자체도 우려스럽지만,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장의 후임 대법관 후보자 제청이 차질을 빚는 것도 큰 문제”라며 “대법관이 한 명만 비어도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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