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증가폭이 비교 가능한 28개 국가 중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10위권에 머물던 비중 순위도 이탈하게 됐다. 이 지표가 채권시장과 큰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예년 사례와 견줘본다면 국고채 금리가 연중 상고중저하고 패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겠다.
20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1분기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전분기보다 2.9%포인트 상승한 47.3%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28개 국가 중 일본(3.8%p)과 룩셈부르크(3.5%p)에 이어 가장 큰 증가폭이다. 비중 면에서도 호주(51.8%) 다음인 상위 17위(하위 12위)를 기록해 직전분기보다 두 계단 올랐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20위(하위 9위)를 보였던 순위는 작년 4분기 19위(하위 10위)로 한 계단 상승하더니 이번에 순위 상승폭이 확대된 것이다.
통상 1분기에는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오르는 움직임을 보여 왔었다. 정부가 연초 조기 재정집행을 통해 경제성장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패턴을 감안하더라도 올 1분기 증가폭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재정건전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는게 윤석열 정부인데다, 올해는 윤 정부가 편성한 예산의 집행 원년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 비율을 결정짓는 또 다른 변수이자 이 지표를 산출하는 분모 값인 명목GDP 역시 올 1분기 중에는 전분기대비 1.0% 성장했다. 1%대 성장으로 부진하긴 했지만 직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엔 0.2% 성장에 그쳤고 작년 3분기엔 마이너스(-)0.6%로 역성장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GDP는 최근 이 비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에 틀림이 없다. 사실상 말로만 외친 재정건전성이라 해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같은 흐름이 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정부부채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고채 발행 증가 등 요인이 있을 수 있고, GDP가 부진할 때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수급부담으로 작용해 국고채 금리를 끌어올리겠지만, 후자의 경우엔 부진을 먹고사는 채권시장의 속성상 금리 하락재료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부진이 꼭 채권 금리하락으로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경제부진이 원·달러 환율 상승, 외국인 자금이탈,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과 맞물릴 경우 되레 금리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단정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 증감 추세를 보면 1분기에 크게 늘다가 증가폭이 4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 왔다. 국고채 금리 흐름도 1분기 상승, 2~3분기 하락 내지 횡보, 4분기 상승 흐름을 이어왔었다. 올해도 1분기 평균 3.463%를 기록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분기 3.383%로 다소 하향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금리급등세를 불러왔던 레고랜드 사태로 압축되는 이벤트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채권금리도 연말 북클로징과 수급이슈 등에 영향 받으며 완만히 상승하는 패턴을 보일 공산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