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집값 주간시황, 그만할 때 됐다

입력 2023-09-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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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부동산부장

침체기엔 거래 몇건이 시세결정
정부산하 조사기관 신뢰도 낮아
월간으로 해도 시장동요 없을것

우리나라 국민들만큼 부동산 가격에 예민한 민족이 또 있을까 싶다. 그 때문에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정권을 바꿀 만큼 주요 사안으로 꼽힌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통계 역시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이, 그리고 자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쏟아지는 통계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지는 의문이다.

이같은 신뢰도 저하의 원인으로는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 등 주요 기관의 표본 수, 산출 방식, 기관의 출신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이를 활용하는 정부와 소비자들의 조급함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두 기관은 나란히 매주 목요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를 내놓는다. 전 세계에서 집값을 주간단위로 발표하는 곳도 한국이 유일하다. 상식적으로 적게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집값을 1주일 단위로 측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특히 최근처럼 거래량이 받쳐주지 못하는 시기에는 몇 건의 거래가 시세를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거래된 표본주택의 경우 실거래가를 참고하면 되지만 거래가 없는 단지의 경우 인근 주택의 거래나 호가를 참고하는 만큼 정확도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애초부터 부정확성을 내재하고 통계를 위한 통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월별 평균 매매거래량은 2670건에 불과하다. 서울 표본이 1만여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4분의 1가량은 허수를 통해 집계한 값인 셈이다. 이 경우 조사원이나 중개업소들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클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전문가들이라고 하더라도 주관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다.

부동산원이 국토부 산하기관인 점도 통계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상 부동산원 통계는 집값 급등기 때는 KB부동산 통계보다 낮게, 집값 급락기 때는 민간 통계보다 높은 결과를 내놓은 적이 많다.

이미 학계에서는 주간통계에 문제점을 느낀 학자가 적지 않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 역시 “주간통계를 없애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내부에서는 워낙 세게 머리통을 맞아서 어질어질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뼈아픈 진단을 해서 방향을 잡고 필요하면 공론화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실거래가 중심의 통계 사용 역시 한계점은 분명하다. 호가는 선행지표고 실거래가는 후행지표이기 때문에 실거래가만 보면 시장을 못 따라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거래가는 표본도 적고 가족관계 등 특수관계에 의한 거래가 있어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너무 짧은 기간의 통계로 부작용이 날 수밖에 없는 주간단위 통계는 이번 기회에 과감히 정리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직설적으로는 굳이 주간시황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게 더 어렵다.

통계는 어떤 현상이나 실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편리한 도구다. 하지만 원천 데이터의 오류나 분석 방법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판이해진다. 통계적 오류나 착시는 물론 조작 유혹, 조작 논란이 빈번한 이유다. 주간 통계의 취지는 시장을 좀 더 빠르게 파악하고 맞춤형 정책을 내놓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확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오히려 수요자들에게 혼란만 부추긴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잘못된 통계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시장 참여자들을 혼란에 빠트려 시장을 왜곡하는 원인이 된다. 주간 통계를 월간 통계나 분기 통계로 바꾼다고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통계 작성의 기본 원칙을 다시 돌아보고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면 시장과 수요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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