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 고령화 논란...대통령 하기 좋은 나이는 몇살인가

입력 2023-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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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바이든 vs. 77세 트럼프...양당 유력 후보 모두 고령
OECD 회원국 지도자 평균 나이 55세
미국인 86% “대통령 직무제한 연령 75세 이하여야”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고령인 조 바이든(80)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이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령화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81세 고령인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발언 도중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보이며 미국 정치권에 ‘고령화’ 이슈를 재점화했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소개했다.

고령 대선 후보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최근 로이터와 입소스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 응답자의 68%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응답자의 49%가 나이가 많다고 답했다. 내년 대선에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소속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 바이든과 트럼프를 싸잡아 “나이가 많으니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저격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의 고령 문제는 전 세계 관심사이기도 하다. ‘핵 버튼’을 가진 세계 최고 권력자로서 미국 대통령의 건강과 판단력은 세계의 명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하기에 좋은 나이는 몇 살일까. 로이터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약 86%는 “대통령 직무 제한 연령이 75세 이하여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 일부 심리학·노인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사람이 70대에 인지력 급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80대 고령 인구의 평균 기대수명은 8년 정도라는 통계 결과도 있다.

▲미국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오른쪽)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캔터키주 커빙턴에서 기자회견 중 갑자기 말을 멈추며 ‘얼음’ 상태에 빠져있다. 매코널 대표는 이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던 도중 약 30초가량 무(無)반응 상태로 앞쪽을 응시했다. 커빙턴(미국)/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에서 75세 이상 연방 의원 비율은 10%에 달할 정도로 갈수록 고령 정치인들은 늘어나고 있다. 미국 사회 자체가 고령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65세 이상 유권자는 사상 처음으로 전체 비중의 4분의 1을 넘겼는데, 이들의 투표율은 70%가 넘는다. 유권자가 동년배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고령 정치인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치 제도가 정치인의 고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에서 대선 후보들이 막대한 선거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부와 인맥을 축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나이는 미래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인 의지나 정서를 보여주는 풍향계와도 같다.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CEO)가 고령일수록 신규 투자나 사업적 혁신, 매출이 둔화하는 반면 기업의 생존율은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미국 정치권의 고령화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도 압도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지도자의 평균 나이는 55세다. 1950년 이후 10살 가까이 젊어졌다. 특히 유럽연합(EU)의 경우 27개국 정상의 3분의 1 이상이 40대다.

그렇다면 미국 시민들은 고령의 정치인을 택해 ‘생존’을 추구할 것인가. 젊은 후보를 택해 혁신을 추구할 것인가. 하지만 현재 민주당이나 공화당 유력 후보 모두 고령이라는 점에서 미국 시민의 선택지가 제한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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