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20조 이상 지출 구조조정 단행…4대 중점분야 과감히 지원
정부가 내년도 총지출 예산을 2005년 이후 20년내 역대 최저 증가율인 2.8%를 적용해 657조 원으로 편성했다. 내년에는 더 허리띠를 졸라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더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대신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뜻하는 재정 정상화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약자복지 강화, 미래준비 투자, 경제활력 제고 등에 과감히 투자한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은 담은 '2024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예산안은 내달 1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내년도 예산안(총지출 기준)은 올해보다 2.8%(18조2000억 원) 늘어난 656조9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2.8%의 지출 증가율은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20년내 역대 최저 증가율이다.
지난해 정부는 사실상 긴축재정을 의미하는 건전재정 기조 하에 올해 예산 증가율을 5.1%로 크게 낮췄는데 내년에는 나라살림을 더 알뜰 살뜰하게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와 내년의 세수 상황도 녹록지 않고,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서는 등 여전히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방만하게 나라살림을 운영할 경우 우리 재정건전성에 대한 대외신인도 저하와 미래세대에 대한 과중한 빚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며 "2.8% 지출 증가율은 건전재정을 지켜내기 위한 정부의 고심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분야별로 보면 연구개발(R&D.25조9000억 원), 교육(89조7000억 원), 일반・지방행정(111조3000억 원) 예산이 올해 예산대비 각각 16.9%, 6.9%, 0.8% 줄었다.
반면 보건・복지・고용(242조9000억 원, +7.5%), 산업・중소기업・에너지(27조3000억 원, +4.9%), 사회간접자본(SOC·27조3000억 원, +4.6%), 국방(59조6000억 원, +4.5%), 등 나머지 9개 분야의 예산은 증액됐다.
정부는 지출 증가가 제한한 상황에도 재정의 역할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타당성과 효과성이 없는 재정 사업은 단호히 폐지·삭감하는 재정 정상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23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올해 예산(24조 원, 역대 최대)에 이어 2년 연속 20조 원 이상의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정부의 보조금 사업과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총 11조 원(각각 4조 원·7억 원)이 구조조정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약자복지 강화, 미래준비 투자,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지리 창출, 국가의 본질기능 뒷받침 등 4대 중점 분야(20대 핵심 과제)에 과감히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중점 분야 투자 내용을 보면 먼저 약자 복지를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생계급여 지원대상을 기준 중위소득 30%에서 32%로 확대하고, 급여액도 역대 최고 수준인 13.2%(월 21만3000원) 인상한다.
또한 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서비스 대상을 12만4000명으로 확대하고, 저소득 한부모 양육비 지원대상 역시 기준중위소득 60% 이하에서 63% 이하로 확대한다. 노인 일자리는 역대 최고 수준인 14만7000개를 늘려 총 103만 개를 제공하고, 2018년 이후 동결되었던 노인 일자리 수당도 월 2만~4만 원 인상한다.
정부는 또 청년들의 출퇴근 교통비 부담을 최대 53% 줄여주는 청년우대 교통카드 케이 패스(K-pass)를 도입(내년 7월)하고,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료를 50% 감면해 청년들의 생활비, 취업 준비료 부담을 완화한다.
취약 소상공인(12만 명)에 대해서는 저리(평균 4%) 정책자금 대환대출, 고효율 냉난방기 기기 보급, 고용보험료 지원 등 3종 패키지를 통해 최대 연 500만 원 수준의 경영 부담을 줄여 준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미래 준비를 위해선 바이오·우주 등 미래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도록 대규모 플래그십 전략 프로젝트를 중점 추진하고, 리튬·희토류 등 핵심자원 공공비축 확대(평균 42-60일분) 등 공급망 대응역량도 강화한다.
특히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신생아 출산가구를 대상으로 연 1000만 원 수준의 이자가 절감되는 특별저리융자를 신설하고, 공공주택의 분양·임대에 있어서도 출산가구를 우선 배정한다. 육아휴직 급여 기간 연장(12개월-18개월)과 부보급여 인상(0세 기준, 70만 원→100만 원) 등도 실시한다.
외국 기업, 유턴기업, 지방이전기업 등에 대한 투자보조금도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원전, 방산, 플랜트 분야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지원을 위해 수출금융도 1조3000억 원 추가 공급한다. 경제활력을 제고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이밖에도 장교, 부사관 등 군 초급간부의 단기복무장려금을 최대 300만 원 인상하고, 병 봉급(병장 기준)도 올해 130만 원(사회진출금 포함)에서 내년 165만 원으로 올린다.
정부는 강력한 재정 정상화로 총지출 증가 규모를 억제한 만큼 내년 국가채무(1196조2000억 원) 증가 폭이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61조8000억 원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경제가 어려우니 빚을 더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추 부총리는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손쉬운 이득을 얻겠다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윤석열 정부는 대규모 국채 발행 지속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라는 인기 영합적인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