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8월 두려운 9월…먹구름 낀 韓증시 리서치센터장 8인 진단

입력 2023-08-20 07:54수정 2023-08-2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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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센터장 코스피 전망 (이투데이)

세계금융시장이 떨고 있다. 코스피는 18일 장 중 2500선이 무너졌고, 8월 들어 단 이틀을 제외하고 하락장을 연출했다. 뉴욕증시 등 글로벌 증시도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다. 채권금리는 급등하고 있지만, 비트코인·금 등 다른 자산가격은 곤두박질쳤다. 중국 부동산 업체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로 촉발된 ‘경제 쇼크’ 공포와 미국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 미국 은행 신용위기, 에버그란데(중국명 헝다)의 파산보호 신청 등 동시다발적인 ‘칵테일 악재’에 투자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킹 달러’(신흥국 통화 약세)의 귀환으로 외국은 한국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LG화학에 투자한 동학개미뿐 아니라 미국의 대표 빅테크 주식(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약 265억 달러어치를 보유한 서학개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8인에게 국내외 증시상황과 환율·금리 등에 관해 물었다. 한결같은 목소리는 ‘리스크와 변동성 확대’였다.

코스피 지수 2300대 갈 수도

18일 코스피지수는 2504.50에 마감하며 2500포인트(p)를 턱걸이했다. 18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01%, 0.20% 하락한채 한주를 마감했다.

전문가들이 보는 시장은 잿빛이였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 미국채 금리 상승 압력에 증시의 조정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코스피 지수 밴드로 2330~2760p를 제시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예상보다 더딘 중국 경기 회복세가 연내 국내 증시 상방을 제한할 수 있다”며 코스피 지수 범위를 2350~2750p로 추정했다.

중국과 미국에서 날아온 악재가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과 중국 경기 및 부동산의 파산우려가 심리적으로 작용했다”며 “결국,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오면서 코스피 상승분에 대해 조정의 빌미가 됐다. 올해 주가 상승 폭이 컸던 데 대한 기술적 조정 구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급 이슈에 따른 미국채 금리 상승 부담, 중국 경기 불안심리 확대(특히 부동산)가 원인”이라며 “달러 강세-위안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 강화로 이어지며 외국인 수급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한국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중국과 연동 가능성이 많은데, 위안화나 원화의 움직임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보니 환율도 부담스럽게 반응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중국 여파 제한적…단기 변동성은 불가피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리스크 여파가 국내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작년부터 이어져 온 예상 가능한 리스크였고, 이미 상당 부분은 증시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또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서면 감당하기 어려울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있긴한데, 중국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며 “일부 부동산 기업만 디폴트라서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라고 봤다.

이승훈 본부장은 “중국 부동산 이슈는 과거 리먼 사태와는 달리 부채나 파생과 연결된 부분이 없어 중국 정부가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9월 초·중순까지는 국내 시장도 변동성이 커지고 하방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이후 중국의 정책이 나오면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노근창 센터장 역시 “중국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한다면 중국이 원유 수요단에서 가장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기에 유가가 크게 빠져야 하지만, 생각 외로 빠지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미칠 여파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가을부터는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변동성 장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와 중국 증시가 연동된 흐름을 보이고, 해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주식시장에서 변동성 장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라며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시장의 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간 달러대비 주요국 통화가치 등락률

커지는 고금리 장기화 우려

시장의 관심은 미국의 금리 정책으로 향한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혼선을 가져오면서 금리인하 기대치가 계속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호한 성장률 +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 연준 긴축 우려’의 조합으로 인한 고금리 우려가 커졌다.

황승택 센터장은 “연준 입장에서는 물가나 고용이 하락하고 있지만 목표치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체력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고 생각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보다는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또 금리를 단기에 내릴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정연우 센터장은 “목표치를 여전히 상회 중인 물가 상승률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진정을 위해 현재와 같은 고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며 “금리인하는 내년 2분기 이후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윤창용 본부장은 “긴축 강화 경계는 제한되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우세하다”라고 전망했다.

이경수 센터장은 “금리 인상 끝자락에 왔다고 생각한다. 한 번 더 인상하더라도 그게 마지막일 것으로 보고, 동결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산별 주간 수익률

개인투자자 대응전략은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확대된 증시 상황에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테마주 쏠림 현상을 경계했다.

황승택 센터장은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들여다보고 원칙적으로 펀더멘탈에 입각한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며 “테마성 투자는 변동성이 워낙 커서 위험하다”라고 조언했다.

윤창용 본부장은 “시장의 동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테마주 쏠림 현상이 강화했다”며 “테마주 장세에서는 수익실현, 손절매 기준이 분명해야 하고 짧은 호흡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경수 센터장은 “증시가 계속 급락 형태로 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리바운딩을 대비한 매수 시점을 저울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훈 센터장은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하기 이전까지 부채를 줄여놓은 산업과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권고한다”라고 했다.

이밖에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 대형주를 비롯해 반도체, 자동차, IT, 플랫폼, 조선, 바이오주 등의 분할매수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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