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할리우드 파업 유발한 인공지능

입력 2023-07-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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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놀라움과 호기심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사회적 집단 갈등, 경제적 대립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수준에 도달하면서 앞으로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미 미래가 아니고 현실로 닥쳤다. 그것도 스토리와 영상으로 영화 산업을 선도하는 최첨단의 할리우드에서다.

인공지능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글쓰기 보조 도구, 아마추어 수준의 영상 생성 수준을 넘어섰지만, 전문가들을 위협할 수준이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와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산업과 자본의 이해관계는 그런 생각조차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는 경고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

63년 만에 미국 작가·배우조합 동반 파업

미국 작가조합 1만1500명이 임금 인상과 근무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5월 2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미국 배우·방송인 조합 16만 명이 7월 14일부터 파업에 동참했다. 63년 만에 미국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이 동반 파업을 하고 있다. 동반 파업은 196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고, 마지막 배우 파업은 1980년이었다. 그만큼 이번 파업은 향후 몇십 년을 좌우할 영상산업의 새로운 틀을 형성하는 첨예한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대립의 쟁점에는 인공지능이 있다.

작가, 배우들이 파업을 시작한 계기는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이 새롭게 제시한 조항 때문이다. 배우조합은 제작자연맹이 연기자를 세세히 촬영하고 하루 일당을 쥐여준 뒤, 회사에서 촬영본을 소유해 평생 사용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반발했다. 또한 동의나 보상 없이 연기자의 이미지, 초상, 연기를 사용하여 생성 인공지능 시스템을 훈련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작자연맹은 연기자의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할 것이며 디지털로 복제한 얼굴·음성을 사용하거나 변경할 때 연기자의 동의를 받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계약의 유효 기간도 3년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우조합은 인공지능과 컴퓨터로 만든 얼굴·음성으로 배우를 대체하지 않도록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영화들이 컴퓨터 그래픽이나 영상 수정 등의 작업을 거쳐서 제작되었다. 점차 보조적인 적용에서 광범위한 분야로 확대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 배우 없이도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작가들은 창작물을 기계와 공유해야 하거나 저작권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스타 배우들은 수익성이 높은 자신의 이미지를 통제할 수 없게 될까봐, 무명 배우들은 가상 인간으로 자신이 완전히 대체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배우·가상인간, 창작·기계작업 간 대체성 논란

물론 생성 인공지능으로 가짜 이미지, 영상을 만드는 딥페이크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배우도 있다. 한 유명 배우는 자신의 얼굴을 드라마 제작에 사용해도 좋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 배우의 인공지능 딥페이크 버전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다. 이 딥페이크 버전 배우가 ‘연기’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컴퓨터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유명인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인공지능이 제작한 광고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딥페이크 영상이 성공할 것인가는 아직 불확실하다. 소비자로서 ‘진짜’ 인간이 느끼는 공감과 신뢰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유명 배우를 좋아하고 신뢰하는 것은 그 배우의 등장부터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기력의 성장과 그 이면에 있는 천부적인 재능과 노력을 알기 때문이라고 본다.

작가의 스토리, 배우의 ‘목소리, 외모 또는 연기’에 대한 변경을 포함해 ‘인간이 창작한 저작물’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저작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신뢰가 형성되는 기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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