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韓 AI 경쟁력 강화 기여 및 글로벌 시장기회 발굴 모색 차원”
업계선 한국시장 견제로 해석…AI 패권 경쟁 속 플랫폼 규제까지 이중고
글로벌 빅테크 구글이 한국 정부와 손잡고 AI 챗봇 서비스 바드 홍보에 나섰다. 챗GPT 등 글로벌 기업의 생성형 AI 서비스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AI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ICT 기업들의 입지는 날로 좁아지는 모습이다. ‘AI 주권’을 수호하겠다며 생성형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ICT업계는 정부가 온라인플랫폼규제법(온플법) 발표를 앞두고 이권 카르텔까지 점검하겠다고 나서자, 몸을 한껏 낮추고 말 못할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13일부터 15일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대한민국 AI 위크’ 행사를 공동 주최한다. 구글은 자사의 최신 AI 기술을 대한민국의 학계, 산업계, 개발사와 공유하고 과기정통신부가 추진하는 초거대 AI 기술,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상호협력을 다지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구글 요시 마티아스 엔지니어링 및 리서치 부사장이 방한해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참석해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이 외에도 구글 코리아 김경훈 사장, 구글코리아 최현정 바드 디렉터, 대한민국 첫 생성형 AI 서비스 ‘뤼튼’을 선보인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이활성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AI 전문가들이 대거 출동한다.
구글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의 AI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한국 ICT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기회 발굴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검색엔진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구글이 바드를 통해 AI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검색엔진 시장에서 토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마저도 위태롭다. 올해 들어 네이버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는 반면 구글의 점유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바드에 한국어와 일본어 서비스를 첫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배경도 초거대 AI 기술을 독자적으로 보유한 한국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IT업계 관계자는 “AI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국내 기업도 구글과 싸우는 상황인데 정부가 글로벌 빅테크와 손을 잡고 대놓고 홍보를 해주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며 “국내 사업자들이 한국어에 대한 우위를 활용해서 경쟁을 하려고 애쓰는 상황이고 각국에서는 데이터 주권 지키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 때가 아니라 국산 AI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내 초거대 AI 생태계 조성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AI 주권이 손상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달 20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같은 논란을 의식해 “(정부가) 글로벌 기업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는데 절대 아니다”라며 “우리 기업들이 전쟁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 기울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글로벌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플랫폼 규제, 카르텔 압박 등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업계에서는 신규 투자 및 서비스 출시에 제동이 걸려 AI 주도권 경쟁에서 낙오하는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