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 “한국 10월 0.25%p 금리 인하” 전망…연준은 1~2차례 더 올릴 수도
금리 격차, 외인 자본유출 부추키나 vs 채권 순유입이 주식자금 감소 상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셀 코리아’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 경기침체 우려에 연내 금리인하가 예상되고, 미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1~2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는 ‘그레이트 다이버전스(great divergence, 대분열)’까지는 아니지만, 한·미가 금융정책에서 서로 다른 기조를 보이는 ‘스몰 다이버전스’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13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올해 1월 0.25%포인트(p) 금리 이상 이후 6개월 연속이자 4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일각에서는 연내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금융사 노무라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따라 금리를 올렸지만, 물가보다 경기침체가 더욱 심각한 아시아에서는 금리를 깎아 시장에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1%p 인하했다. 인민은행의 LPR 인하는 10개월 만이다. 노무라는 중국 다음으로 금리를 내리는 아시아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10월부터 0.25%p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이었던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중립 금리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금리인하 가능성의 설득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의 중립 금리는 2.0% 초반으로 추정되는데, 물가 안정 차원의 고금리 정책 유지 필요성을 감안해도 현재의 정책금리 수준은 경기에 부담스럽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금융기관의 파열음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살이 있다. 연준은 10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5~5.25%까지 올리고 나서 6월에는 동결했다. 다만,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상당수 연준 인사들은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와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올해 금리를 두 차례 정도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시장은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금리를 0.5%p 더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 동결 후 연준이 오는 25∼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더 올리면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사상 초유의 2.00%p까지 커진다. 노무라의 분석대로 한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낮추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다시 추가로 올리게 되면 한·미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는 국내 자본유출을 부추긴다. 외국인 투자자가 금리가 높은 쪽(미국)으로 자금을 이동시킬 우려가 큰 탓이다. 반도체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순매도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기준 올해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금액은 12조6169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2조4929억 원, 1조5824억 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순매수 금액을 빼면 마이너스(-)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금리 역전에 따른 직접적인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한 시기는 △2000년 1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2022년 7월~2023년 6월 등 총 4번이었다. 이 중 흔히 외국인으로 통칭되는 비거주자의 주식투자자금은 큰 폭의 순유출을 기록했으나, 국내채권 투자는 크게 늘어 외국인 투자자의 전체 국내증권투자자금(주식·채권)은 순유입을 보였다.
외국인 국내 주식투자자금이 3개월 만에 순유출로 돌아선 지난달 주식과 채권을 합한 전체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은 29억2000만 달러(약 3조7700억 원) 순유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3억1000만 달러(약 4100억 원)를 회수했다. 그러나 국내 채권투자자금은 32억3000만 달러(약 4조2600억 원) 순유입됐다. 한국 증권시장으로 들어온 자금이 빠져나간 자금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다만, 금리 역전은 국내 경제주체들의 외자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들의 해외투자시에서와 같이 환위험 회피를 위해 100% 환헤지정책을 사용할 경우 외자조달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주체들은 내외금리차 역전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자본유출에 대한 막연한 우려를 갖기보다는 외자조달비용의 상승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으로 생각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