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유기 배경엔 "출산 알려질까봐..." 판례 20건 분석

입력 2023-07-09 13:55수정 2023-07-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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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 4일 오후 경남 거제시 고현동 신현제1교 주변에서 '거제 영아 살해 유기 사건과 관련해 영아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를 낳자마자 버려 사실상 목숨을 잃게 하는 영아유기 범행 배경에 산모가 출산 사실을 알리기 꺼리는 상황과 경제적 어려움 등이 동기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학계에 따르면 김윤신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5월 대한법의학회지에 게재한 논문 '영아유기·치사 범죄의 법의학적 분석'을 통해 2013년부터 2021년 사이 발생한 관련 범행의 판례 20건을 추려 이같이 분석했다. 피해자가 ‘1세 이하 영아’일 경우를 선별했으며 상·하급심이 중복되거나 세부 정보가 부족한 건은 제외했다.

영아 유기 당시 산모 연령은 20대가 가장 많았다. 전체 20건 중 13건으로 65%를 차지했다. 30대 3건, 10대 2건, 40대 1건으로 파악됐다.

범행 20건 중 18건은 산모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했다. 기혼에 해당하는 사례 2건은 불륜 관계에서 출산 뒤 유기했거나, 부부간 출산 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를 버린 경우였다.

영아유기 배경에는 두 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지만, 그중에서도 '출산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두렵다’는 내용이 12건으로 가장 많이 확인됐다.

특히 '부모에게 알려지는 게 두렵다'(7건)는 내용이 많았다. 산모의 어린 나이와 결혼하지 않은 상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경제적 사유로 양육하기 어렵다'(8건)는 연유도 두 번째로 손꼽혔다. 영아의 생부를 알 수 없어서(4건), 영아를 키울 자신이 없어서(4건) 등도 언급됐다.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전체 20건 중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9건은 집행유예에 그쳤다. 예외적으로 실형이 선고된 건은 피고인인 산모가 간호조무사 자격을 갖추고 있었기에 출산 시 조치 방법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영아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양형에 고려된 경우다.

전체 20건 중 2건은 재범이었다. 재범 이유 역시 ‘경제적 곤란’으로 초범 당시와 동일했다.

연구팀은 “영아유기 사건에서 처벌만이 능사가 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생명의 손실을 불러온 범죄에 대한 처벌로서는 너무 가벼운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치기 힘들다”면서 “우리의 범죄통계는 유기 사건을 ‘6세 이하’ 등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있어 1세 이하, 특히 출산 직후의 신생아가 유기되는 심각하고 치명적인 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짚었다.

또 “책임 있는 성행동을 위한 교육과 함께 경제적 여건까지를 고려한 근본적인 정책적 대안의 마련이 시급한 과제”이며 “임신과 출산의 노출을 꺼리는 산모들을 위한 위기 개입이 적극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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