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과하기만 하고 실효성은 '글쎄'

입력 2023-07-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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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2785> 울부짖는 전세사기 피해자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 백이슬씨가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전세사기 대책 관련 대통령 면담 요청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며 울부짖고 있다. 2023.4.20 dwise@yna.co.kr/2023-04-20 13:16:58/<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정부가 9월부터 상습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명단 공개 시행이 구체화 되자 임대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일부 예방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전세사기 대책은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세보증금 상습 미반환 임대인 명단 공개의 세부 절차를 규정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14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국회 통과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 하위 법령이다. 정보공개를 통해 빌라왕 사건과 같이 전세금 미반환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전세사기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명단 공개 대상이 되는 보증채무 종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전세금 안심대출 보증, 임대보증금 보증이다.

정보 공개 대상자는 3년 이내 2건의 구상채무가 발생한 임대인, 모두 2억 원 이상 구상채무가 발생한 임대인 등이 포함된다. 기준에 해당하는 임대자는 성명과 나이, 주소, 미반환 보증금액 등이 공개된다. HUG가 채무 이행을 촉구하고 통보일 2개월 이내에 소명서를 제출하도록 기회를 준 뒤, 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소명서 등을 참작해 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개된 정보는 국토부, HUG 홈페이지, 안심전세앱 등에 게시된다. 공개 예외 사유에 해당할 경우 대상에서 제외하고, 공개 후에도 사후적으로 예외 사유를 충족하면 해당 정보를 삭제한다.

이에 대해 임대 사업자들은 임대인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정부의 대책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보증금을 어쩔 수 없이 못 돌려주는 등 역전세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반 임대 사업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임대인들을 사실상 잠재적 강력 범죄자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 “시장에 따라 역전세난이 발생해 의도치 않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들도 늘고 있는 등 보통의 임대인도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제도 시행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도입 취지는 좋지만 보증보험을 들지 않은 세입자들에게는 여전히 위험성이 남아 있다”며 “정보공개보다 처벌강화 등 실질적인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명단 공개 도입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함께 전세가 하락해 생기는 역전세난 시장에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도 생길 수 있는 만큼 명단 공개를 신중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는 근본적으로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공개 대상이 보증을 가입하지 않은 임대인은 대상에 빠져 있는 데다 악성 임대인들이 보증금 미반환 시 받는 처벌보다 얻을 이익이 더 큰 만큼 이를 억제하는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명단 공개와 같은 미봉책보다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악성 임대인을 방지하는 목적이겠지만 전세사기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며 “진짜 악성 임대인 외에도 역전세난과 같이 시장에 따라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임대인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미반환 임대인을 유형별로 잘 살피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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