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업 신용평가는 국내 경기 약세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상향기업이 우위를 보였다. 다만, 금융업권에서는 하향 조정이 상향 조정을 소폭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가 지속된 영향으로 대출채권 연체율 상승이 본격화하고 있어 당분간 부정적 신용전망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2023년 상반기 기업부문·금융업권 신용등급 변동현황 및 향후 방향성'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상반기 기업부문 신용등급에 대해 상승, 하락 기업 모두 9개로, 등급 상하향배율은 1.0배로 집계했다. 등급 상하향배율은 하향 대비 상승을 의미하는 수치다.
나신평은 "올해 상반기 국내경제는 거시적 지표로 봤을 때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며 "반도체 수출부진과 부동산 경기 약세에 따른 국내경제의 성장저하에도 불구하고 업황이 우호적인 산업과 그 산업에 소속된 기업의 수가 더 많게 나타나며 전체적으로 신용등급은 상향조정이 우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상반기 신용등급과 전망이 상향된 주요 업종은 자동차·자동차 부품·의류(5개사), 기계·항공(2개사)조선·방산·2차전지 ·해운 ·태양광·영화관(1개사) 등이다. 대표적으로 기아(AA→AA+), OCI(A→A+), 에코프로비엠(BBB+→A-) 등의 등급이 상향됐다. 반면 LG디스플레이(A+→A), 롯데케미칼(AA+→AA), 태영건설(A→A-) 등은 떨어졌다.
나신평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CHIPS Act) 시행으로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며 2차전지, 태양광, 건설기계 산업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며 방산기업에 대해서도 "러시아 제품의 서방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종합상사와 강관 산업, 그리고 동유럽 및 대만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수주 확대 등 긍정적 영향을 입었다"고 했다.
반면 금융업권의 수익성은 업종별로 차별화가 나타났다. 증권 업종의 실적은 반등했지만, 신용카드, 할부리스,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4개 업종은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저하가 지속됐다.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의 수익성이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신용카드, 할부리스, 저축은행의 실적저하는 고금리로 리파이낸싱(재조달)한 자금의 이자비용 반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대출채권의 연체율 상승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연체율 상승속도가 가장 빠른 저축은행업계는 이에 대한 선제적 대비 차원에서 최근 1년 6개월간 약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금융업권에서는 장기 등급·전망 상향 4건, 하향 6건이었다. 상향 조정된 기업은 현대캐피탈(AA →AA+), 우리자산신탁(A-→A), SK렌터카(A→A+), 하향 조정은 롯데캐피탈(AA-→A+), 롯데렌탈(AA-→A+)이 있었다. 등급 하향 조정 사유로는 계열사의 지원 능력 저하로 분석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융업권의 업종별 차별화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통화정책 긴축강화로 시중금리가 급격히 상승하여 경기가 둔화된 데 따른 결과"라며 "하반기에도 대출채권의 연체율 상승 속도가 지속된다면 대응능력이 열위한 금융회사의 신용등급은 하방압력이 높아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