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고도지구 제도 전면 개편에 나서면서 강북구와 구로구 등 관련 자치구들이 반색하고 있다. 규제가 풀리면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역사문화 훼손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고도지구 해제·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신(新) 고도지구 구상안'을 마련하고 오는 6일부터 열람공고를 시행한다.
고도지구는 도시경관 보호와 과밀방지를 위해 건축물 높이의 최고한도를 정하는 도시관리계획이다. 서울시는 현재 고도지구 8개소(9.23㎢)를 지정·관리하고 있다.
신 고도지구 구상안은 서초동 법원단지 주변과 구로구 오류동 일대에 대한 규제를 풀어 제한 지구를 6개로 줄였다.
오류 고도지구는 서울시와 부천시 경계부의 도시확장 방지를 위해 1990년 지정됐는데 일대가 아파트 등으로 개발됐고 부천은 해제돼 지정목적이 사라졌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초구 법원단지 주변은 지방법원·검찰청이 국가 중요시설이 아님에도 높이를 제한하고 있어 도시관리의 일관성이 결여될 뿐 아니라 강남 도심 내 효율적인 토지이용을 제한한다고 봤다.
고도지구와 더불어 한강 변의 유연한 경관관리를 위해 한강 변 역사문화 특화경관지구도 해제했다.
국회의사당 주변은 경관 보호를 고려해 고도지구를 유지하되 고도제한폭을 51m 이하에서 최대 170m로 완화한다. 남산 일대는 12·20m였던 것을 12~40m로 세분화했다. 고도지구 중 규모가 가장 큰 북한산 주변은 고도제한을 20m에서 28m까지 완화한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정비사업 시에는 최대 15층(45m)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구기·평창 고도지구는 지형 높이차에 따라 심의를 거쳐 최대 8m까지 완화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추가했다.
자치구들은 새로운 고도지구 구상안을 반기는 모습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숙원사업이 결실을 맺어 구민의 한(恨)이 풀렸다"며 "앞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신강북선도 유치해 아이와 청년들도 살기 좋은 강북구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고도제한의 불합리함을 설명하는 한편 북한산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주민청원 서명운동 등을 추진했다.
문헌일 구로구청장도 "지역 활성화를 위한 개발사업에 탄력을 붙일 것"이라며 "온수산업단지가 G밸리처럼 첨단산업단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구로구도 고도제한을 풀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로 고도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어느 정도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도 "규제 완화로 인한 문화재, 역사문화 경관 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고 높이 제한 완화가 경관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