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9월 모의평가 때 변별력 확보 보여줄 것”
교육부가 수능에서 출제되지 않을 ‘킬러 문항’을 공개하면서 “결국 이전 수능보다 쉬운 ‘물수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와 “킬러 문항을 배제하더라도 충분한 변별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입장이 교육계에서 나오고 있다. 나아가 현재의 수능 평가 체제 등이 바뀌어야 사교육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입장도 나온다.
27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최근 3년간 수능과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킬러 문항을 공개한 뒤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가운데, 정작 변별력을 확보할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떻게 변별력을 확보할 것이냐는 질문’에 “간결하고 깔끔하면서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항으로 가능하다. 9월 모의평가 때 보여줄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킬러 문항을 배제하는 대신 난이도가 낮은 ‘준킬러 문항’으로 상위권을 변별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짚는다.
특히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실수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중간 난이도급 이상 문제들이 변별력의 핵심 문항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대적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쉬운 문항들도 풀이 과정에서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하거나 시간을 걸리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킬러 문항과 같이) 문제를 너무 꼬거나 조건을 너무 많이 넣지 않기만 해도 난이도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변별력도 갖춰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왔기 때문에 출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교사들은 ‘킬러 문항’이 사교육의 힘을 빌린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염동렬 대전 충남고 교사는 2022학년도 수능 미적분 29번 문항을 예로 들며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대학 수준을 사교육으로 선행한 친구는 기계적으로 쉽게 해당 문제를 풀었다“라며 "이 같은 ‘킬러 문항’이 학생 간 형평성 문제를 일으킨다"고 꼬집었다.
이승민 서울 동북고 교사는 "수능 목적 자체가 대학의 교육과정을 얼마나 잘 수학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건데, ‘킬러 문항’은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킬러 문항 없이도 충분히 변별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킬러 문항이 없어도) EBS 교재나 교과서 안에서 소재를 가져오면 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아는 지문이더라도 문제 출제자들이 심층적으로 출제를 연구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이 교사도 "의대 같은 경우 정시여도 면접 과정에서 충분히 변별이 있다"며 "상위권 아이들을 위한 면접 등을 통해서 충분히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애초 킬러 문항이 등장한 이유가 상대평가 체제였다는 점에서 향후 평가 체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킬러 문항이 줄어든다 해도 수능 체제가 현재와 같이 지속된다면 사교육이 줄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충북 지역 중학교 교사는 "중학교에는 논·서술형 평가가 확대되는 등 학교 현장에서도 평가 방향을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데 막상 수능은 여전히 객관식"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의 현직 교사 역시 "킬러 문항이 상대평가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지, 성취평가제처럼 절대평가라면 킬러 문항이 있을 필요가 없다"며 "평가의 목표라든지 취지가 달라져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