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내 정비사업 추진 단지들을 중심으로 스카이 브릿지 적용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스카이 브릿지는 말 그대로 아파트 동과 동 사이를 공중에서 연결해주는 다리를 말한다. 과거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에는 스카이 브릿지가 불필요한 시설물로 여겨졌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창의적인 스카이라인 조성이 가능해지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15일 본지 취재 결과 서울시는 7일 건축소위원회를 열고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 재개발 사업 건축계획에 관해 자문을 받고, 조건부로 본위원회에 상정키로 했다. 이곳은 앞서 4월 한 차례 건축심의 보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계획 수정을 위해 소위원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번 소위원회 자문에는 디자인적으로 특화 설계를 고려·적용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서울시는 복주산 근린공원 인근 스카이 브릿지가 설치된 동은 디자인 특화를 통해 입면을 개선하고, 스카이 브릿지 디자인도 개선할 것을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이외에도 공공성 확보를 위해 스카이 브릿지를 인근 주민에게 개방하는 내용에 관해 법률적인 검토를 진행할 것도 요구했다. 해당 자문 이행 시 사실상 스카이 브릿지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북아현3구역 조합 관계자는 “자문 내용을 담아 건축계획을 수정해 27일 진행하는 건축심의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며 “건축심의 통과 이후 사업시행변경인가 절차 등을 밟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아현3구역은 재개발을 통해 지하 6층~지상 35층, 38개 동, 483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조합에 따르면 스카이 브릿지는 32층에서 두 개 동을 잇는 형태로 조성될 예정이다. 연결통로 목적 외에도 여러 주민 편의시설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한다.
과거 박 전 시장 재임 시절에는 스카이 브릿지 같은 아파트 특화 시설 적용이 어려웠다. 스카이 브릿지가 주변 경관과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서울시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15차, 송파구 잠실동 잠실진주 아파트 등에 스카이 브릿지 설계 축소·삭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까다로운 기준 탓에 현재 서울에서 스카이 브릿지가 적용된 곳은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 서초동 서초 푸르지오 써밋 등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다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오 시장은 그간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했던 이른바 35층 룰 규제를 전면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천편일률적인 건물 디자인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다채로운 경관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스카이 브릿지 설계도 속속 건축심의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미성크로바 아파트에서는 이주 완료 2년만인 지난 2021년 8월 스카이 브릿지를 포함해 커튼월 적용 등 디자인 고급화 방안을 담은 설계안이 최종 통과됐다.
건설사들도 자사의 기술 경쟁력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카이 브릿지 설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한남2구역에 주동 6개를 잇는 ‘인피니티 스카이 브릿지’ 설계를 제안했다. 길이 360m 규모로, 설계대로 조성된다면 국내 아파트 중 가장 긴 스카이 브릿지로 거듭난다. 이곳에는 영화관, 북카페, 게스트하우스, 프라이빗 스파 등 초호화 시설도 들어선다. 대우건설은 이러한 특화 설계를 앞세워 경쟁사였던 롯데건설을 누르고 시공권을 따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2040서울도시기본계획가 최종 확정되면서 다양한 설계가 가능해졌다”며 “앞으로 스카이 브릿지를 포함해 창의적인 스카이라인 조성을 위한 특화 설계 단지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