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로 성장하고 캐시카우로…신약 R&D 선순환 구조 확립
국내 제약업계 기술력의 상징인 국산 신약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개발사의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으면서 수익이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신약 연구·개발(R&D)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고 있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산 신약들이 블록버스터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된 신약들이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HK이노엔이 개발한 ‘케이캡’은 지난해 매출 905억 원, 올해 1분기 매출 242억 원을 올렸다. 처방실적 기준으로는 각각 1321억 원, 357억 원을 기록해 1000억 원대 블록버스터의 지위를 다졌다.
2018년 7월 국산 30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케이캡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란 새로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대안을 제시했다.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고, 야간 위산과다분비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등 뚜렷한 차별점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국산 34호 신약인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역시 P-CAB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분기 처방실적 100억 원을 돌파하며 케이캡의 뒤를 쫓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펙수클루는 첫 분기 46억 원, 4분기 83억 원, 올해 1분기 108억 원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펙수클루를 케이캡처럼 연매출 1000억 원대 품목으로 성장시키겠단 계획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잠재력을 가진 신약으로 평가받는다. 2021년 1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렉라자는 지난해 32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한양행은 올해 3월 렉라자에 1차 치료제 적응증을 추가하는 품목허가 변경을 신청, 하반기 중 승인이 예상된다. 1차 치료제로 처방이 확대되면 국산 항암 신약 최초로 연매출 1000억 원 고지를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판권을 보유한 얀센의 병용 임상도 순항 중이다.
허가된지 10년이 넘은 만성질환 신약들은 제품군(패밀리)을 형성해 개발사의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다.
보령의 간판 제품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는 올해 1분기 3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출시 10주년인 2021년 연매출 1000억 원을 최초 돌파했고, 2022년에는 연매출 1300억 원을 넘겨 5개년도 연평균 성장률 23.2%를 실현한 제약업계의 대표적인 효자 제품군이다. 이런 카나브의 활약에 힘입어 보령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했다.
LG화학의 당뇨 치료제 ‘제미글로 패밀리’는 올해 1분기 350억 원의 처방실적을 달성했다. 2019년 1000억 원을 넘어선 후 4년 연속 1000억 원대를 유지 중이다. 제미글로는 2012년 6월 허가받은 국산 19호 신약으로, LG화학 생명과학부문 매출 확대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2015년 허가받은 국산 26호 신약 ‘슈가논’은 지난해 240억 원, 올해 1분기 57억 원을 매출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슈가다파정’의 품목허가 획득으로 슈가논 기반 복합제를 추가해 당뇨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국산 20호 신약인 종근당의 당뇨 치료제 ‘듀비에’는 지난해 19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종근당은 듀비에에 ‘자누비아’를 결합한 2제 복합제 ‘듀비에에스정’을 출시한 데 이어 메트포르민을 결합한 3제 복합제 ‘듀비메트에스서방정’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