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은 국제경제부 기자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나랏빚 ‘31조4000억 달러’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4경2000조 원에 달한다. 무뎌질 수밖에 없는 아득히 큰 액수다.
남의 나랏빚을 왜 사서 걱정하나 싶기도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마따나 “미국은 빚진 돈을 떼먹는 나라가 아니다”라는 믿음 같은 것도 있다. 하지만 그 남의 나랏빚이 요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손꼽히고 있다.
돌아가는 상황도 심상찮다. 파국까진 아니어도 파국 직전까지는 갈 것 같은 기세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이미 1월 한도인 31조4000억 달러에 도달했다. 기존의 부채와 이자를 갚으려면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를 높여줘야 한다. 그래야 다시 빚을 내서 빚을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1960년 이후 78번이나 부채한도를 상향해줬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의회가 부채한도를 올려주지 않으면 국채를 상환하지 못해 6월 1일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지만, 아직 바이든 행정부나 공화당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시장에서는 어찌 됐든 결국 의회가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디폴트에 빠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부채한도 협상 과정이 과거와 비슷하다고 해서 앞으로의 결과도 비슷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불안감 또한 크다. 특히 이번의 경우 상황은 더 특수하다. 고금리 기조로 인한 신용 불안, 지역 중소은행들의 줄도산으로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의 면역력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정치권은 표심을 잡기 위해 갈수록 극한 대립을 일삼고 있어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전시상황실까지 마련해뒀다 한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사실상 미국의 부채한도 제도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하지만 당장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양측이 부채한도 상향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동시에 중립기관인 미국 의회예산국(CBO)을 활용해 재정정책을 합리적으로 정하는 등 중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