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미국 경제, 대출·저축·재정 ‘삼중고’ 직면

입력 2023-05-10 16:45수정 2023-05-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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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위기로 신용 경색 현실화
올해 파산 기업, 2010년 이후 최대
소비 뒷받침하던 잉여저축 소진 불안
부채한도 상향 협상 난항에 재정 확대도 난망

미국 경제가 대출 ·저축·재정 등 3대 부문에서 거친 삼각 파고에 맞닥뜨렸다.

1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은행 위기를 계기로 신용경색이 현실화했으며, 개인 소비를 지탱해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당시 축적됐던 잉여저축도 연내 소진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부채한도 상향 협상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재정 확대로 경기를 부양할 여지도 희박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은행 대출 담당자 설문 조사에서 1분기 은행의 기업 대출 조건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조건을 강화한 은행의 비율은 전분기 대비 1.2%포인트(p) 오른 46%로, 소기업용 대출 기준을 강화한 은행은 2.9%p 상승한 46.7%로 각각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대출기준의 엄격함은 과거 경기 후퇴 국면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신용경색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 상황을 악화시켜 경기침체 위험을 높인다. 미즈호연구소의 오타 도모유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은행의 대출기준이 10%p 강화되면 실제 대출은 1.4% 줄어들고 실질 경제성장률은 0.3%p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미 올해 1~4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기업 수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236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4월 25일 미국 텍사스주 라운드록에서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 매장이 보인다. 라운드록(미국)/EPA연합뉴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도 위태롭다. 미국의 올해 1분기 소비는 3.7% 증가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잉여저축이 조만간 다 소진될 것이라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미국 소비의 원동력은 ‘팬데믹 머니’에 있다. 미국 가계의 잉여저축은 2021년 3분기 2조3000억 달러(약 3045조2000억 원)에 달했으나, 최근 1조 달러 안팎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소비자들이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가진 돈 대부분을 다 써버려 경기후퇴 압력을 한층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그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올해 소비재 부문 기업들의 파산이 유독 많았다고 전했다. 유명 생활용품 기업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도 지난달 자금난으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적 여력도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당시 적극적인 재정 지출로 경제 성장을 부양했다. 이는 실질성장률을 2020년 0.45%p, 20201년 0.11%p 각각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여당 내에서도 재정 확대가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는 재정 불확실성의 가장 큰 변수인 부채한도 상향 문제에도 직면했다. 여야 간 견해차가 커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미국 국채 금리 움직임을 토대로 산출하는 경기침체 확률은 내년 4월 기준으로 68%까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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