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선물·여행 하려니 ‘비용’ 부담되네…가정의달인데 ‘집콕’만 해야하나

입력 2023-05-08 17:00수정 2023-05-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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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자제 식품업체 1Q 수익성 ‘경고등’…추후 가격 안정세도 ‘불투명’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을 맞아 부모님과 자녀 2명과 함께 가족 여행 계획을 짜다 높아진 예상 비용에 깜짝 놀랬다. 강원도 평창에 방 2개짜리 리조트가 1박 2일에 50만 원에 육박했고, 한우 가격도 150g에 4~5만 원대인 음식점이 많았다.

고심 끝에 여행을 포기하고 옷을 선물하려고 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유명 골프 브랜드 점퍼는 30만원이 훌쩍 넘었다. 결국 A씨는 여행과 선물보다는 부모님께는 용돈을 챙겨드리기로 했다. A씨는 “효도 한번 하려고 했다가 집안이 거덜나게 생겼다”면서 “현금을 드리는 게 가장 실속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외식과 선물 부담에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다. 문제는 주요 식품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가격 인상에 나설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물가 잠잠하다지만…외식 물가는 +7.6%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3% 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먹거리 물가의 대표 지표인 외식 물가 상승률은 7.6%로 전월보다 0.2%p(포인트) 올랐다. 외식물가 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가 지난달 반등했다.

세부적으로 햄버거와 피자 지수가 각각 17.1%, 12.2% 뛰어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고, 돈가스와 자장면도 각각 9.9%, 9.2% 올랐다. 김밥과 라면도 9.7%, 9.8% 상승했다. 김치찌개 백반과 된징찌개 백반값도 각각 8.5%씩 올랐다. 가족 외식 메뉴로 각광받는 돼지갈비는 7.6%, 삼겹살은 8.6% 뛰었다. 오리고기와 불고기는 각각 9.7%, 6.2% 올랐다. 생선회는 6.4% 비싸졌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지난 3월 삼겹살 200g 평균 가격은 1만9236원으로 1년 전보다 12.1% 올랐고, 삼계탕은 1만6346원으로 12.7% 뛰었다. 자장면과 깁밥도 각각 6800원, 3123원으로 16.3%, 10.3%로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옷 선물하고 ‘효도’ 할랬더니…의류 지수 6.1%↑

가정의 달에 선물용으로 각광받는 의류 값도 올랐다. 의류 및 신발 물가 지수는 6.1%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능가한다. 의류가 6.1% 증가했고, 신발 지수도 6.5%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남자 하의가 9.2% 뛰었고, 여자 원피스가 10.1% 올랐다. 여자 상의와 하의, 청바지도 각각 7.6%, 7.4%, 11.1% 높아졌다. 아동복은 9.6% 올랐다.

여행을 가려고 해도 숙박비가 만만치 않다. 호텔 숙박료 지수는 13.5% 올랐고, 여관 숙박료와 콘도 이용료도 각각 6.1%, 6.5% 뛰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행 수요가 높아진데 다 통상 황금 연휴가 낀 5월에는 숙박비가 오른다”면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숙소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가공식품 역시 비싸지며 휴일 연휴 집에만 있어도 돈이 샌다. 4월 가공식품 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7.9% 올랐다. 맛살과 어묵 지수가 각각 23.2%, 22.6% 뛰었고, 치즈와 참기름도 24.9%, 22.1% 올랐다. 초콜릿(18.6%), 잼(34.8%), 물엿(23.7%), 드레싱(32.6%), 조미료(14.9%)도 두자릿수로 올랐다. 커피(11.0%)와 차(11.1%), 두유(10.7%) 등 기호식품도 비싸졌다.

◇여기서 더 오를까? 수익성 ‘악화’ vs 구매력 감소에 ‘부담’

문제는 향후 가격 안정세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식품·외식업체들은 최근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따라 가격 인상을 철회하거나 보류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결과는 쓰다. 다수의 식품업체들이 올 1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면서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국제 설탕 가격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식품업체 대상은 올 1분기 매출은 3.73% 늘어난 1조236억 원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28.27% 떨어진 307억 원으로 전망되며, 하이트진로도 영업이익이 38.55% 수직낙하할 것으로 추정했다. 오리온 역시 매출은 2.48% 늘어난 6694억 원으로 예상됐지만, 영업이익은 2.67% 뒷걸음음친 1057억 원으로 봤다.

반면 경기 침체와 고금리에 따른 구매력 감소에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주저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 1명이 소비하는 구매단가는 지난 3월 5만1668원으로 전년에 비해 3.2% 내렸고, 백화점과 편의점에서도 각각 -3.9%, -4.2%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보다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며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19세 이상 가구주(복수응답)를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줄일 지출 항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외식비 선택비중은 65.7%로 10년 전인 2011년 45.3%에 비해 20.4%p(포인트) 뛰었다. 이어 의류비(44.6%), 식료품비(43.5%) 순으로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실질 소득이 줄며 구매를 자제하거나, 저렴한 물품을 찾는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가격 인상 요인은 많지만, 가격을 올리면 구매 저항이 있어 쉽게 가격 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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